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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 학습과 기억의 구조 : 박찬웅, 서울대학교출판부, 1998, Page 77 ~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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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아가서는 그 이전인 태아기부터 우리들은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색깔이나 모양을 본다거나 여러 가지 소리를 듣는다. 물건의 감촉을 느끼고 공기 중에 퍼져 있는 냄새를 맡는다. 달거나 신맛 그리고 짠맛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신체의 일부가 중력을 이겨 내고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이 같은 여러 가지 경험은 신경계를 직접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고양이 새끼를 태어나자마자 눈을 통하여 뇌에 들어오는 환경으로부터의 자극이 박탈되어 시각에 관계하는 뇌의 신경세포 수상돌기의 가지치기가 감소한다. 그리고 시냅스 형성도 감소한다. 이 고양이는 정상적인 고양이에 비해 여러 가지 점에서 발육도 나빠진다. 즉, 시각자극이나 기타 감각적 경험이 신경의 발달을 촉진한다. 공간이 넓은 사육상자에 놀이거리가 많은 풍부한 환경에서 사육한 흰쥐는 아무것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홀로 사육한 흰쥐에 비해 대뇌피질의 발달이 좋았다는 실험보고도 있다.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은 경험에 노출된 흰쥐는 홀로 외롭게 키운 흰쥐보다 광범한 신경발달을 보이고 미로탐색 속도도 빨랐다. 즉, 환경이 학습능력에도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험은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이 변화가 그후의 행동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학습을 경험에 의한 비교적 영속적인 행동의 변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흔히 학습은 환경으로부터의 정보를 저장하는 과정이고 기억은 저장된 정보를 재생 또는 인출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보의 저장을 기억이라고 한다면 기억은 학습의 결과가 될 것이므로 학습과 기억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동전의 앞뒤관계 같은 것이라 하겠다. 가장 단순한 학습에 있어서도 무엇인가가 기억되는 것이다. 통조림통을 따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먹이가 보이고, 냄새를 맡게 되는 경험을 반복한 고양이는 통조림통을 따는 소리가 나면 곧 먹이를 줄 것이라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고양이는 그 특수한 소리와 그것에 뒤따라오는 결과를 기억하게 된다. 사람의 갓난아기도 6개월이 지나면 엄마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얼굴을 구별한다. 갓난아기는 엄마의 얼굴을 특징짓는 윤곽이나 표정을 학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뇌에 관한 체계적인 많은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상의 예는 학습은 넓은 범위의 경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즉, 동물의 단순한 학습에서 인간의 뇌가 이루어 내는 복잡한 지식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우선 대단히 단순한 신경계를 갖는 동물의 학습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이 같은 동물의 신경세포에 관한 연구로부터 학습에 수반되는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알아볼 수 있다. 신경계가 뇌를 이루고 이로 인해 더 크고 더 가소성 학습능력을 갖게 되는 동물에서는 연구하기가 단순하지 않다. 두 번째로 흰쥐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의 포유동물에서 학습과 기억에 관계되는 신경계와 그것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서도 살펴보기로 한다. 사람의 뇌는 가장 복잡하여 다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것에 관해서도 살펴보기로 한다.
학습과 행동
모든 학습이 행동을 수반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행동의 변화로서 학습의 결과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학습에 의하여 발생되는 뇌 안에서의 모든 변화를 반영하는 행동을 단순히 생체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알아 낼 수는 없다. 따라서 행동학적 연구가 학습의 원리를 이해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뇌를 직접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것이다. 학습의 연구는 정상 또는 비정상적 행동 이해의 요체이다. 학습은 일부 정신적 및 신체적 질병 발생에 관련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학습원리에 기초하는 행동학적 방법이 뇌의 병변 진단 또는 약물의 효과 판정에 임상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것이다.
학습의 결과는 반복적인 학습경험을 통한 점진적인 행동의 변화로 판정한다. 이를 도식화하면 학습곡선을 얻을 수 있다. 즉, 학습시행 횟수에 대한 행동 개선 정도를 경시적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학습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변수를 가려 내기는 힘들어서 학습효과를 판정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개발되었다. 실험군에는 학습경험이 주어지고 대조군에는 학습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경험이 주어진다. 두 그룹은 동일한 조건에서 검사한다. 학습효과의 지표는 두 그룹 사이의 행동 차이이다. 예를 들어 실험군의 흰쥐는 사육상자 한쪽에 먹이를 두고 대조군의 흰쥐는 먹이가 없는 사육상자에 넣는다. 다음날 두 그룹의 흰쥐는 모두 먹이가 없는 새로운 사육상자에 넣는다. 그리고 먹이가 있던 장소에서 보낸 시간을 측정한다. 이렇게 하여 발육같은 학습내용과 관계 없는 요인을 가려 내게 된다.
연관학습과 비연관학습
학습의 심리학적 연구방법에서는 동물을 세상에 대한 정보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이용한다. 보통 특정 형태의 조절된 감각경험을 이용한다. 두 가지 방법이 주로 이에 해당되는데 이 방법은 두 가지 주요 학습과정인 연관학습과 비연관학습에서 연유한 것이다. 비연관학습은 동물이 한 가지 형태의 자극에 한 번 또는 반복해서 노출되었을 때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동물은 자극의 성질을 학습할 기회를 갖게 된다. 연관학습에서는 한 가지 자극과 다른 자극 사이의 관계 (고전적 조건화) 또는 자극과 행동 사이의 관계 (사역적 조건화) 를 학습하게 된다.
두 가지 형태의 비연관학습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즉, 습관화와 민감화이다. 습관화란 반복되는 해롭지 않은 자극에 대해 반응이 감소하는 것이다. 시골 사람이 한강변의 아파트에 사는 친구 집에서 하루 밤을 지내고 친구에게 "이 시끄러운 집에서 어떻게 사나? 차 소리 때문에 한숨도 못 잤네." 라고 하였더니 친구가 "무슨 차 소리? 나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라고 대답하였다. 즉, 그 친구는 차 소리에 습관화가 된 것이다. 이를 감각순응이라고도 한다. 민감화는 강렬하고 해로운 자극에 대해 반응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동통자극을 받았던 동물은 단순한 접촉자극에도 격렬하게 반응한다. 민감화자극은 습관화의 효과를 상쇄한다. 즉, 소리자극에 습관화가 된 동물도 강한 동통자극을 주면 되살아난다. 이를 탈습관화라 한다. 민감화와 탈습관화는 강한 자극과 상대적으로 약한 자극이 주어진 시간과는 무관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두 가지 자극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뇌의 어떤 변화가 습관화를 일으키는가? 에릭 칸델은 군소 (바다달팽이) 를 이용한 연구로 습관화에 수반되는 세포 수준의 변화를 밝혔다. 군소의 신경계는 약 20,000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는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큰 것도 있다. 군소의 호흡기관인 아가미는 덮개로 싸여 있고 덮개막에는 대롱이 달려 있다. 파도가 조용할 때는 호흡하기 위해 대롱이 뻗어 있으나 파도가 심해진다거나 대롱에 어떤 부유물이 접촉하면 대롱과 아가미가 수축한다. 이를 아가미수축반사라 한다. 이 아가미 수축반사는 6개의 운동신경세포와 24개의 감각신경세포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1개의 신경절에 의해 조절된다. 감각신경세포는 운동신경세포와 직접적으로 시냅스 결합을 이루기도 하고 개재신경세포를 거쳐 간접적으로 결합하기도 한다. 실험실에서 군소를 반복하여 자극하면 아가미 수축반사가 약해지거나 때로는 전혀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 약 10번 정도 반복하면 습관화가 일어나 수 시간 동안 지속할 수 있다. 이 단기간의 학습은 감각신경세포와 운동신경세포의 시냅스에서의 변화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자극이 반복됨에 따라 감각신경세포에서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감소한다(그림 1). 그 결과 아가미 수축반사가 약해진다. 자극이 없이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면 전달물질의 방출량이 회복되고 아가미 수축반사도 회복된다. 습관화나 민감화는 복잡한 사건이나 자극의 연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장 단순한 학습이다.
- <p style="LINE-HEIGHT: 150%; TEXT-INDENT: -60px; MARGIN-LEFT: 60px">그림 1 군소의 아가미수축반사 습관화의 신경기전. 군소의 아가미수축반사 습관화는 반사회로를 이루는 감각신경과 감각신경의 표적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효율의 감퇴에 의한 것이다. A 는 군소의 배면을 나타낸 그림이고, B 는 아가미수축반사와 그것의 습관화에 관련되는 중요한 신경회로를 단순화한 것이다 (Kandel, Schwartz & Jessell, 1991).</p>
비연관학습이 모두 단순한 것은 아니다. 분명한 연관요소가 없는 복잡한 형의 비연관학습도 있다. 이 경우 감추어진 연관요소가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형의 학습을 감각학습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감각 경험에 대한 지속적인 기록이 형성된다. 그리고 모방학습은 언어습득의 여러 측면을 포함하는 것이다.
연관학습의 여러 가지 형을 분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관점이 널리 연구되었다. 고전적 조건화와 사역적 조건화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방법이 모든 연관학습의 이해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습관화와 민감화
이제까지 신경과학자들은 습관화, 민감화, 고전적 조건화라는 세 가지 단순한 학습에 관하여 연구하여 왔다. 이들 학습은 단순한 것이어서 개념의 형성이나 체계적 기술을 필요로 하며 수의적인 복잡한 인간의 학습과는 구별된다. 단순한 학습은 행동의 변화양상에 관한 자각이 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뇌가 없이 신경절만 있는 대부분의 동물에서는 이같은 단순한 방법으로 학습이 이루어진다.
습관화라는 것은 본래 생체가 반응하던 자극이 반복해서 주어지면 생체가 반응을 일으키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민감화라는 것은 습관화와는 반대로 이전에는 중성적이었던 자극에 대해 동물이 강한 반응을 나타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습관화와 민감화는 생존에 관계되는 것인데, 특히 민감화는 동물이 강한 유해자극을 경험하게 되면 그 자극이 위험하다는 것을 학습하는 것이다. 그 결과 그 자극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습관화에서는 종래 동물을 흥분시켰던 자극이 별로 해를 입히지 않고 반복되면 동물은 그 자극을 무시해도 좋다는 것을 학습한다. 그래서 다른 자극에 주의를 돌리게 된다.
사람의 신생아는 태어나서부터 습관화의 능력을 갖게 된다. 태어나서 4시간밖에 안 된 신생아의 청각능력을 검사해 보았다. 고무젖꼭지에 감지기를 달아 소리가 나도록 한다. 처음 소리가 울리면 소리를 듣기 위해서 인지는 모르나 젖꼭지 빨기를 멈춘다. 그러나 소리듣기가 수 회 반복되면 젖꼭지 빨기를 계속한다. 소리를 약간 변화시키면 다시 빨기를 멈춘다. 이같이 두 번째 소리로 젖꼭지 빨기를 멈추었다는 것은 첫 번째 소리에는 습관화가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고전적 조건화
금세기 초에 이반 Ivan Pavlov 는 행동과학에 고전적 조건화 를 처음 도입하였다. 애초에는 무관하였던 자극에 대해 반응하게 되는 것을 학습을 통해 습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학습에는 생각의 연관이 관련된다는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파브로브는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생각을 볼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즉, 파브로브는 학습의 연구에 있어 생각이라는 것은 관찰할 수 없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자극과 반응의 객관적 분석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사람이나 동물의 학습이란 생각의 연관된 것이 아니고 자극의 연관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개의 소화기를 연구하고 있었다. 개는 항상 먹이를 가져오는 사람의 흰옷만 보면 침을 흘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먹이가 실제로 개의 눈앞에 다다르기 훨씬 전에 침을 흘리는 것이었다. 파브로브는 연구를 계속해 먹이를 주기 전에 제시한 소리나 빛으로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것을 발견한다(그림 2).
- <p style="LINE-HEIGHT: 150%; TEXT-INDENT: -63px; MARGIN-LEFT: 63px">그림 2 고전적 조건화. 조건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종소리 (조건자극 ; CS) 만으로는 아무 반응도 나타나지 않는다. 종소리와 함께 고기 (무조건자극 ; US) 를 보여 주면 반응 (침흘리기) 을 나타낸다.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이 반복하여 제시되어 조건화가 이루어지면 조건자극 (종소리) 만으로도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즉, 개는 종소리가 나면 고기가 뒤이어 주어진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Bear, Connors & Paradiso, 1996). </p>
먹이가 침을 흘리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반응을 통상적으로 일으키게 하는 자극 즉, 종소리처럼 다른 자극을 먹이와 몇 번이고 쌍을 이루면 고전적 조건화가 성립하여 애초에는 중립이었던 자극 (종소리) 이 먹이자극과 동일한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고전적 조건화가 성립하려면 이 같은 두 가지 자극이 시간적으로 접근하여 주어져야 하고 종소리는 먹이에 앞서 제시되어야 한다. 이 예에서 먹이는 무조건자극이라 하고 종소리 같은 애초에 중성이었던 자극은 조건자극이라 한다. 먹이에 의한 타액분비는 무조건반응이고 종소리에 의한 타액분비는 조건반응이다. 다시 말하면 동물은 무조건자극 (먹이) 과 조건자극 (종소리) 사이의 연관을 애초에는 중성이었던 자극에 대해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통조림통 따는 소리를 듣고 고양이가 부엌으로 달려오는 것도 고양이가 통조림통 따는 소리와 먹이를 연관짓도록 조건화된 것이다.
사람에서도 고전적 조건화를 볼 수 있다. 특히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반응의 경우 고전적 조건화가 쉽게 일어난다. 의사나 간호사에게 주사 맞아본 경험이 있는 어린아이는 흰옷만 보면 울음을 터뜨린다. 어린아이는 주사라는 무조건자극과 흰옷이라는 조건자극을 연관짓는 것을 학습하여 중성이었던 흰옷에 대해 조건반응인 공포감을 나타내게 된다.
고전적 조건화의 기본요소는 두 가지 자극의 연관이다. 즉, 무조건자극과 조건자극이다. 조건자극은 종국적으로 배우게 될 반응과는 무관하면서 현저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거나 약한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빛이나 소리 같은 것이다. 한편 무조건자극 (강화라고도 한다) 은 음식물이나 동통자극 같이 항상 분명한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 반응을 무조건반응이라고 한다. 침을 흘린다거나 피하는 행동이다. 무조건반응이라고 하는 이유는 타고난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학습에 의하지 않고도 자극이 주어지면 반응하는 것이다. 무조건자극에 이어 조건자극이 반복해서 주어지면 조건자극은 조건반응이라고 하는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때로는 조건반응이 무조건반응과 비슷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가지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고전적 조건화는 욕구적이다. 무조건자극이 전기충격같이 해로운 것일 때 방어적 조건화라 한다.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이 반복해서 주어지면 조건자극은 무조건자극이 따라온다는 것을 예측하는 신호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동물은 마치 무조건자극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조건자극에 대해 반응한다. 따라서 고전적 조건화라는 것은 동물이 환경에서의 두 가지 사건의 관계를 예측하는 것을 학습하는 것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불빛에 이어 음식물이 반복해서 주어지면 동물은 불빛이 주어질 때 마치 음식 맛을 예상한 것처럼 반응한다. 즉, 침을 흘리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파브로브는 고전적 조건화를 학습의 연구방법으로 뿐 아니라 마음, 즉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구하는 방법으로도 생각했다. 동물을 자극에 대해 선택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으면 자극의 어떤 측면이 동물로 하여금 자극을 인식하고 처리할 수 있게 하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고전적 조건화실험에서 여러 가지 색깔을 판별자극으로 제시하고 동물이 색깔을 인식하고 판별할 수 있는가를 연구한다. 판별훈련에서는 한 가지 자극 (조건자극) 은 때때로 강화와 연관시켜 주어진다. 다른 자극 (무조건자극) 은 적절한 시간에 강화가 따르지 않는 것이다. 특정한 관점에서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이 비슷하면 동물은 처음에는 일반화행동을 나타낸다. 강화가 따르거나 따르지 않거나 조건반응을 나타낸다. 동물이 자극을 판별할 수 있게 되면 조건자극에 대해서만 반응하게 된다. 시각자극의 강도와 색조를 적당히 조절함으로써 동물이 밝기의 차이보다는 색깔의 차이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 낼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조건화가 동물의 감지능력측정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조건화의 중요한 원리 중의 하나는 무조건자극이 없이 조건자극을 반복하여 주면 수립된 조건반사의 발생확률 또는 강도가 감소한다는 점이다. 이를 소거라고 한다. 음식물의 제시 없는 빛 자극이 반복되면 빛 자극에 의한 조건반응인 침흘리기가 감소하게 된다. 소거는 조건화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일종의 적응기전이다. 소거라는 것은 단순히 이전에 학습하였던 것의 소멸이 아니라고 한다. 소거과정에서 동물은 어떤 새로운 것을 학습한다. 즉, 동물은 조건자극으로 무조건자극이 뒤따르지 않을 것임을 예측하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고전적 조건화는 시차적 근접성에 좌우된다고 생각되어 왔다. 즉, 조건자극은 매번 강화 또는 무조건자극이 뒤따라야 하고 자극과 반응 사이의 내면적 연결 또는 한 가지 자극과 다른 자극 사이의 내면적 연결은 종국적으로 조건화에 이를 만큼 강한 결합을 이룰 때까지 증강된다는 것이다. 조건화의 강도를 결정하는 관계변수는 오직 연속적 조건자극-무조건자극 쌍의 반복횟수라는 것이다. 이 이론은 두 가지 이유로 적합치 않다.
첫째, 이것은 오직 시차적 근접성에만 의존하는 비적응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근접한 시차적 근접성을 가지고 발생하는 두 가지 사건으로부터 예측정보를 도출하는 것을 동물이 배운다면 신호와 환경 사이의 진정한 인과관계에 도출하는 것을 동물이 배운다면 신호와 환경사이의 진정한 인과관계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학습이란 그같이 단순한 근접성으로 적절하게 설명될 수 없다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 단순한 근접성이 조건화를 유도하기에 적합치 않다는 뚜렷한 증거는 1968년 레온 카민이 제안한 소위 차단현상이다. 첫 번째 실험에서 조건자극으로 빛과 무조건자극으로 유해한 전기충격을 쌍으로 반복하였다. 그리고 빛이 진행행동인 공포반응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가를 측정하여 조건화를 평가하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조건자극과 동시에 새로운 소리자극을 제시하고 빛-소리 복합자극에 전기충격을 쌍으로 하여 반복하였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소리만 제시하였더니 조건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빛-소리 복합자극과 전기충격이 쌍을 이루었을 때와는 달리 소리만 제시하였을 때는 공포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 결과는 이전에 경험하지 않았던 예측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무조건자극이 조건자극과 쌍을 이룰 때 학습속도가 최고에 이른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조건자극에 의해 무조건자극을 점차 예측할 수 있게 되면 학습속도가 점차 감소하고 무조건자극을 완전하게 예측하게 되면 학습속도는 영이 되어 더 이상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차단의 경우 빛-소리 복합자극의 소리성분은 조건자극으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복합자극의 다른 성분인 빛이 무조건자극이 있을 것을 완전하게 신호하기 때문이다. 고전적 조건화의 최적조건으로는 자극의 근접성에 더하여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의 부수성, 즉 진정한 예측관계가 있다.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이 여러 번 반복되면 동물은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 쌍이 몇 번 주어졌는가를 세는 것이 아니라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 사이의 예측관계 또는 총체적 상관관계를 찾게 된다. 또한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이 상관관계를 갖게 되려면 두 자극이 적절한 시간에 쌍을 이루어져야 한다.
고전적 조건화란 동물이 관계 없던 사건들이 믿을 수 있고 예측 가능하게 함께 발생하였을 때 이를 감별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아마도 모든 연관학습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뇌는 환경 안에서의 인과관계를 간파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하겠다. 사람에서 달팽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은 연관조건화를 나타낸다. 복잡한 동물은 세상의 질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극사건들 또는 행동과 이에 따르는 자극 사이의 예측 또는 인과관계를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환경조건이 광범한 동물 종에 걸쳐 학습의 공통된 기전을 유지하게 하는가?
사역적 조건화
연관학습의 또 한 가지 형태는 사역적 조건화 (도구적 조건화 또는 시행착오 조건화) 이다. Edward Thorndike가 처음 제안하고 Burrhus Skinner 가 조직적으로 연구한 것이다. 굶긴 흰쥐를 한쪽에 손잡이가 달린 사육상자에 넣는다(그림 3). 흰쥐는 우연히 손잡이를 누를 것이다. 이는 무작위적 행동일 수도 있고 타고난 행동일 수도 있다. 손잡이를 누를 때마다 먹이가 주어지면 손잡이를 누르는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동물은 여러 가지 행동 (걷기, 뒷다리로 서기, 얼굴 다듬기 등) 중에서 손잡이 누르기 같은 특정행동이 먹이로 보상된다는 것을 학습한다.
- <p style="LINE-HEIGHT: 150%; TEXT-INDENT: -61px; MARGIN-LEFT: 61px">그림 3 사역적 조건화 실험장치. 스킨너 상자 (Skinner box) 라고도 하며 손잡이를 누르면 먹이가 주어지도록 장치한 것이다 (Bures, Buressova & Huston, 1976). </p>
고전적 조건화가 두 가지 자극 사이의 예측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면 사역적 조건화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예측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정한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특정 반사반응인 고전적 조건화와는 달리 사역적 조건화에서는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자극이 없이 일견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행동이 대상이 된다. 따라서 사역적 조건화는 유도되었다기보다는 방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행동이 바람직한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였을 때 동물은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행동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라도 유해한 결과를 초래하면 그 행동은 반복되지 않는다. 이를 실험심리학자들은 대부분의 자발적 행동에 적용되는 효과의 법칙이라고 한다.
표면상 고전적 조건화와 사역적 조건화는 전혀 다른 자극과 반응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전적 조건화와 사역적 조건화에 적용되는 법칙은 비슷하다. 즉, 두 가지 형태의 학습은 공통된 신경기전에 의할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 가지 조건화는 모두 시간이 결정적이다. 사역적 조건화에서 강화 (보상) 가 너무 지연되면 조건화가 약해진다. 즉, 강화와 반응 사이에는 적정한 시간간격이 요구된다. 고전적 조건화에서도 조건자극과 무조건자극 사이에는 적정한 시간간격이 요구되는 것으로 시간간격이 너무 길면 학습이 부진해진다. 또 두 가지 형태의 학습에는 예측관계가 똑같이 중요하다. 고전적 조건화는 특정자극으로 후속하는 사건을 예측하는 것이고 사역적 조건화는 자신의 행동으로 초래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전적 조건화는 단순히 두 가지 자극의 연관이고 사역적 조건화는 반응과 강화의 연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습에 있어서는 더 중요한 생물학적인 의미가 있다. 동물이 자극의 연관을 학습하는 것은 생존과 관계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사건과의 연관은 학습되지 않는다. 뇌는 백지상태의 흑판 같은 것이 아니라 특정한 환경적 우발사건을 간파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타고나는 것이다. 바닐라 같은 특이한 맛의 먹이에 이어 독물에 의한 구토를 경험하게 되면 동물은 곧 바닐라 맛을 기피하게 된다. 이 경우 일반적인 조건화와는 달리 무조건반응 (독물에 의한 구토) 이 조건자극 (바닐라 맛) 후에 상당한 시간 (수 시간 정도) 이 지난 후에 나타나더라도 먹이기피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생물학적인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독물은 섭취한 후 상당히 시간이 지나서 좋지 않은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음식기피현상은 만성 알코올중독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우선 알코올 음료의 맛이나 냄새를 맡게 하고 아포몰핀 같은 강력한 최토제를 주면 환자는 알코올 맛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위시해 거의 모든 동물은 음식기피조건화가 맛자극이 병적 결과와 연관되었을 때만 일어난다. 맛자극에 동통자극이 이어질 때는 음식기피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강화의 종류에 따라 학습할 반응의 성질이 정해진다. 시각 또는 청각자극이 구토와 쌍을 이루면 음식기피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진화적 압력이 동물의 뇌가 특정 자극 사이의 연관을 다른 자극사이의 연관보다 쉽게 학습하도록 마련한 것이다. 또 유전적 및 경험적 요인도 강화에 대한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측과 보상
기억, 즉 정보의 저장과 인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질적 요인이 있다. 즉, 행위에 따르는 보상과 벌이다. 사역적 조건화는 행동이 그 결과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설명하는 학습이론의 하나이다. 몇 가지 점에서 고전적 조건화와 다르다. 가장 중요한 고전적 조건화와의 차이는 사역적 조건화에서는 반사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사역적 조건화에서는 수의적, 자연적 행동을 취급한다. 요컨대 사역적 행동은 개체에 바람직한 일이 결과적으로 생겼을 때 반복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결과적으로 생기면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사람이나 동물의 학습과 기억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기본원칙이다.
동물의 생존은 보수를 얻고자 하는 행동에 의존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먹이를 찾아 내는 행동은 무엇인가를 먹을 수 있다는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동물이 그 먹이를 찾아 내는 행동을 기억하고 그것을 반복하게 되면 생존의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또 동물은 상처를 입었다던가 공포감을 나타내는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은 피하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동물이 바람직한 결과를 얻는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행동과 감정이 상호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도 역시 긍정적 감정이 따르는 행동을 반복하고 공포나 불쾌감이 따르는 행동은 피하는 것을 학습한다.
흰쥐를 이용한 학습훈련실험에 의하면 편도핵의 다른 뇌영역에 대한 영향이 혈중 노르에피네프린과 협동하여 기억의 고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편도핵은 일련의 생물학적 과정으로 기억세포의 활성에 영향을 미치고 편도핵의 활성은 노르에피네프린 및 기타 혈중 호르몬에 의해 간접적으로 영향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기전이 학습에 있어 보수나 동기부여의 역할을 나타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려면 음식물 또는 위험 따위의 장래 사건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생물의 생존을 위한 예측에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예측은 생물이 행동을 준비할 시간을 마련하게 하고 장래의 행동을 개선하는 데에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장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식물을 얻을 수 있으나 어떤 경우에는 상해를 입거나 음식물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공간적 위치 또는 자극의 물리적 성질 따위 복잡한 성질의 환경에 대한 여러 가지 측면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동물이 예측한 것은 앞으로 있을 보상의 강도와 예상되는 시간이다. 보상이라는 것은 동물의 목적물, 행동 또는 내적 신체적 상태에 대한 긍정적 가치를 말하는 사역적 개념이다. 보상의 기능은 나타내는 행동에 따라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바람직한 자극 또는 보상자극은 동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접근행동을 유도한다. 보상은 또한 학습과정 또는 학습으로 습득하여 익숙해진, 바람직한 행동의 유지에 있어 행동반응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긍정적 강화역할도 할 수 있다. 자극에 연관된 보상의 가치는 정적인 것이 아니고 자극의 내재적 성질도 아니다. 동물은 자극이 주어진 시점에 있어서의 내적 상태에 따라 그리고 자극에 대한 과거의 경험에 따라 상이한 가치를 부여한다.
보상과 예측 사이의 한 가지 분명한 연결은 여러 가지 조건반사 실험으로 밝혀졌다. 이들 실험에서 내재적 보상가치가 없는 임의의 자극은 적당한 시간에 반복해서 보상목적물과 연관되면 보상자극으로 기능한다. 이 보상목적물은 일종의 무조건자극이다. 일단 이 같은 연관이 이루어지면 중립적 자극을 조건자극이라고 한다. 여기서 바람직한 조건자극은 감각적인 것이고 무조건자극은 보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조건자극-무조건자극 쌍에 의해 좌우되는 학습은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할 수 잇고 항상 보상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학습은 유해자극과도 연관된다. 전형적인 조건실험체계에서 연관이 이루어지면 동물의 행동은 감각적 자극 보상의 크기와 적절한 시간의 예측을 유도하고 접근행동을 나타내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형태의 학습은 보상의 바람직한 또는 접근행동 유발 성분을 감각적 자극으로 역전시키는 것에 연관된다. 보상 의존적 학습은 감각자극에 의한 보상의 비예측성에 의해 유도된다는 이론도 있다. 즉, 감각자극에 의해 보상이 완벽하게 예측되면 더 이상의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빛이 제시되고 나서 음식이 주어지면, 흰쥐는 빛이 제시되면 음식이 뒤따른다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훈련 후에 빛과 소리를 쌍으로 제시하고 음식을 주면 예상 밖의 현상이 일어난다. 즉, 흰쥐는 빛에 대해서는 음식을 예측하지만 소리로는 아무 것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을 행동으로 나타낸다. 이 같은 현상을 차단이라고 한다. 이는 소리에 의한 연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빛은 음식을 예측하게 하지만 소리는 새로운 예측정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학습은 보상의 예측되는 시간과 크기 그리고 실제 경험적 시간과 크기 사이의 오차에 의해 유도된다는 이론이 제기되었다.
복측피개영역 (ventral tegmental area) 과 흑질의 도파민 신경은 보상자극 처리와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이들 뉴런은 동기, 목표 지향적 행동과 관계되는 뇌의 영역들에 축삭을 보낸다. 예를 들면, 선조체, 측핵 (nucleus accumbens) 과 전두엽피질 등이 보상적 사건에 관한 정보를 구축하고 분해할 것이라는 생각은 여러 가지로 지지되고 있다. 첫째, 암페타민과 코카인 같은 약물은 표적 뉴런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으로 습관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둘째, 도파민 뉴런과 연관된 긴 경로는 전기적 자기자극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흰쥐의 이들 부위에 전극을 심어 뉴런을 흥분시키면 흰쥐는 음식이나 섹스 같은 보상자극이 주어졌을 때와 같은 행동을 취한다. 셋째, 도파민 수용체 차단제를 처리한 동물은 학습이 잘 안 된다. 이상의 모든 결과는 대체로 중뇌의 도파민성 활성이 보상 의존적 학습과 관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중뇌 도파민성 뉴런 활성의 역할은 원숭이의 단일 도파민 뉴런 활성측정 실험으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원숭이에게 여러 가지 바람직한 자극이 주어지면 도파민 뉴런은 짧은 위상활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사과즙이나 과일 주스가 보상으로 주어지면 도파민 뉴런이 활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두 가지를 구별하지는 못한다. 공기를 불어넣거나 식염수 방울을 떨어뜨리면 활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 같은 뉴런의 반응은 거의 모든 도파민 뉴런에서 나타난다 (50%~80%).
놀랍게도 시각 또는 청각 자극에 이은 보상이 반복되면 도파민 뉴런의 보상이 보상자극 시간에서 감각자극 시간 쪽으로 바뀐다. 원숭이에게 작은 불빛이 보이면 손잡이를 잡아당기도록 훈련한다. 훈련 전 또는 훈련 초기에는 대부분의 경우 도파민 뉴런의 짧은 임펄스가 보상이 주어진 직후에 나타났다. 훈련을 반복하여 빛이 보이면 곧 손잡이를 잡아 당길 정도에 이르면 도파민 뉴런의 활성에 분명한 변화가 나타난다. 즉, 보상자극은 더 이상 전기적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빛이 도파민 뉴런의 전기적 반응을 유발한다. 도파민 활성이 무조건자극에서 조건자극으로 동물행동반응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빛의 제시된 후 적절한 시간에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경우 도파민 뉴런의 활성은 보상이 주어졌어야 할 바로 그 시간에 현저하게 저하하였다. 이 같은 사실은 도파민 뉴런이 반드시 바람직한 사건에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도파민 뉴런은 실제 보상과 예상되는 보상의 시간과 크기의 차이를 신호한다. 즉, 이들 뉴런은 보상시간이 불분명할 때 활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예측학습의 인공적 실험방법에 시간차 (TD)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1980년대 초에 리차드 섣톤과 안드류 바르토가 소개하였다. 이 방법은 특히 정보구축과 분배에 있어 도파민 뉴런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적합하다고 한다. 이 이론은 원숭이 행동과 도파민 뉴런활성 실험에 모두 부합하였다. 신경조직에 시간의 표식이 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있을 것임은 틀림없다.
행동의 유전적 소인
동물의 행동은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이 두 가지 요인은 그 영향의 정도가 대단히 다양하나 가장 단순한 틀에 박힌 행동이라 하더라도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언어와 같이 대단히 가소성인 행동도 유전적으로 타고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크게 네 가지 의문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즉, 행동의 어떤 측면이 특히 타고난 것인가?
전통적으로 행동은 두 가지로 나눈다. 타고난 행동과 학습된 행동이다. 본능적 행동이라고 하는 것은 유전적 유산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행동요소이다. 본능적 행동에 대한 연구에는 오랜 역사가 있으며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서 르네상스 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인간의 행동은 이성에 의한 것이고 동물의 행동은 그것이 비록 복잡한 것일지라도 전적으로 자연적 본능의 결과라는 것이었다. 본능적 행동에 대한 현대과학적 사고방식은 19세기 후반 찰스 다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겠다. 다윈은 동물의 행동은 본능뿐 아니라 사람의 행동을 도출하는 것과 같은 이성적 과정의 원시형태에 의해 도출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인간이 동물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면 인간의 행동도 본능에 의해 도출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같은 생각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지지하고 있다. 즉, 모든 사람의 정상적 또는 비정상적 행동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두 가지 욕구인 생 (성적) 사 (공격) 본능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또 윌리암 맥도갈은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열두 가지 본능을 제시하였다. 탈출, 반발심, 호기심, 호전성, 주제파악, 과시, 육아, 번식, 섭식, 군생, 획득, 그리고 건설본능이다.
행동과학자인 존 왓손은 두 가지 이유에서 이 본능행동설을 부정했다. 첫째, 하등동물에서는 학습된 것이 아닌, 판에 박은 행동방식을 볼 수는 있으나 행동이 전적으로 학습에 의하지 않은 미리 계획되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둘째, 본능은 행동을 유도하는 학습에 의하지 않은 내적 욕구라고 한다면 본능은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설계된, 관찰할 수 없는 기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행동을 관찰할 수 없는 내적 기전, 즉 나타나는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정신적 과정으로 미루어 해석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행동과학이란 관찰할 수 있는 반응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본능이라는 개념으로 행동을 설명하려는 것은 단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실험심리학자들은 본능이라고 했던 것을 욕구라는 말로 바꾸어 쓰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타고난 요인에 기인하는가 또는 학습에 의한 것인가는 고려하지 않는다.
자연상태에서의 행동의 기전 그리고 개체발생 및 진화의 측면에서의 비교연구를 행동생물학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행동에 있어 본능의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 타고난 행동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실험한다. 그리고 본능의 생물학적 연구는 관찰할 수 있는, 판에 박은, 타고난 운동에 국한한다. 행동생물학자들도 하등동물의 일부 행동을 순전히 학습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하기는 힘든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른 새와 격리하여 기른 암컷 새도 자라나면 정상적으로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른다. 이 같은 행동이 학습에 의해 습득된 것은 아니나 성숙되면서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 본능적 행동이 유전자적으로 짜여진 것이라면 행동은 유전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통적으로 심리학자들은 행동을 마음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한때 마음은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것이 유전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은 생물학적 기능의 하나라는 것을 의심하는 신경과학자는 없다. 즉, 마음은 어떤 것이 아니고 뇌에서 일어나는 기능이다. 다리가 하는 일의 하나가 걷기인 것처럼 마음은 뇌가 하는 일의 하나이다. 마음이 뇌의 기능이라고 한다면 신체의 다른 모든 기관과 마찬가지로 유전인자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 특히 사람의 행동이 유전될 수 있다는 것에는 많은 저항이 있어 왔다. 일부는 행동의 유전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를 잘못 해석한 것에 기인하는 저항이다. 가령 정신병은 유전되는가? 라는 의문에 대해 복합적인 행동이상이 순전히 유전된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키가 크게 자라도록 짜여진 유전자를 타고날 수 있다. 그러나 성장기에 영양이 적절하지 못하면 키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습이 유전인자의 표현에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환경인자 (영양, 빛 등)가 중요하게 될 수 있다. 타고난 행동이 특정한 학습경험과 무관한 반응이기는 하지만 학습된 행동과 타고난 행동을 엄밀하게 구분하기는 힘든다. 본능행동이란 복잡한 일련의 반응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특수한 타고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흔히 본능행동은 종특이성 행동이라고 한다.
(1) 종특이성 행동
하등동물의 복잡한 타고난 행동방식은 특징적으로 특수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다. 행동을 분석해 보면 여러 가지 복합된 자극이 주어졌을 떄 동물은 어느 특수 자극에만 반응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 효과를 나타내는 자극을 신호자극 또는 릴리서라고 한다. 큰가시고기 수컷은 짝짓기 때가 되면 배가 선명한 붉은 색을 나타내게 된다. 이 붉은 색의 배는 다른 수컷의 투쟁반응을 유발하고 암컷에게는 접근반응을 유발한다. 이 같은 반응은 큰가시고기를 닮은 모형을 이용한 실험으로도 재현된다. 신호자극에 의한 투쟁 또는 짝짓기 반응은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자라난 경우에도 나타난다. 따라서 이 행동은 선천적으로 결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종특이적 행동은 특징적인 정위 또는 욕구행위로 시작된다. 욕구행동은 고정행위방식이라고 하는 완결행동기로 이어진다. 하등동물에서는 어떤 상황하에서 컴퓨터 디스크 모양의 프로그램이 개시된다. 예를 들면 큰가시고기의 결혼춤은 대단히 독특한 고정행위방식을 취한다. 큰가시고기에게 있어 이 행동방식은 대단히 견고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어서 중단시키면 산란이나 수정이 되지 않고 의식이 중단될 때마다 몇 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그림 4). 이 고정행위방식은 특수 자극에 의해 나타나는 일종의 반사행동반응이며 선행하는 학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한 반사와는 달라 정위 (욕구) 행위가 선행하는 복잡한 행동이다. 또 고정행위방식을 위한 감각입력은 복잡한 방법으로 신경계에 의해 변환된다. 그리고 단순한 반사의 강도와 지속시간은 자극의 강도나 지속시간에 비례하지만 고정행위방식은 자극의 경수들에 정확히 비례하지는 않는다. 또 때로는 자극이 없이도 고정행위방식이라 한다. 또 동물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면 적절치 못한 고정행위 방식을 나타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고양이가 싸울 것인지 도망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 엉뚱하게 얼굴 다듬기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이 같은 반응을 치환활동이라 한다.
- <p style="LINE-HEIGHT: 150%">그림 4 큰가시고기의 짝짓기 행동. 큰가시고기의 짝짓기 행동은 고정행위방식으로서 먼저 수컷은 지그재그로 춤을 추고 암컷은 불그진 배를 보인다. 그리고 수컷은 암컷을 둥지로 유도한다. 수컷이 둥지의 입구를 가리키면 암컷이 둥지로 들어간다. 그러면 수컷이 콧등으로 암컷의 꼬리를 톡톡 친다. 암컷이 알을 낳고 둥지를 빠져 나오면 수컷이 사정하게 된다. 이 같은 행동은 순서가 정해진 고정행위방식으로 중도에 중단되면 몇 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p>
(2) 고정행위방식
고정행위방식의 전체 행동방식은 전적으로 중추신경계에 의해 결정되는가? 감각입력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를 실험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련의 반사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외부의 감각원을 제거해야 한다. 몇 가지 무척추동물에서 신경계를 완전하게 분리하여 실험에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살아 있는 채로 감각 되먹임을 차단하고 뉴런의 활성을 전극을 이용하여 쉽게 기록할 수 있다. 특수한 무척추동물의 신경계에는 자극에 의해 일련의 복잡한 행동을 나타내게 하는 지령뉴런이 있다. 곤충, 갑각류, 연체동물은 분리된 신경계로 운동출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척추동물의 고정행위방식이 중추운동프로그램에 의해 조절된다는 증거도 있다. 삼키기, 물기, 얼굴 다듬기, 기침, 하품, 구토, 놀람반사는 모두 장착된 중추프로그램에 의하는 것이다. 가장 잘 연구된 것이 삼키기이다. 인두의 자극으로 촉발되는 이 반응에는 최소한 10가지 근육이 관련되는 일련의 활동이다. 개를 이용하여 인두마취 또는 한두 개 근육의 수술 또는 국소마취에 의한 불활성화로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운동순서는 인두 또는 근육으로부터의 말초적 되먹임의 변화에 영향받지 않으나 운동출력의 강도나 지속시간은 인두자극의 강도나 각성정도에 따라 달라졌다. 즉, 삼키기의 기본방식은 중추적으로 조절되지만 자세한 행동방식은 외적 감각 되먹임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왕새우의 지령뉴런을 자극하여 고정행위방식을 유발시키는 실험으로 그 기전의 일단이 밝혀졌다. 하나의 지령뉴런이 10여 개의 근육이 관련되는 복잡한 방어반응을 일으켰다. 지령뉴런은 다양한 시냅스 출력으로 일단의 추종뉴런 중 어느 것은 흥분시키고 어느 것은 억제하였다. 이들 추종뉴런은 다시 운동출력의 특이적 방식을 생성하도록 상호 연결되는 것이다. 포유동물에서도 지령뉴런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사전에 계획된 운동을 촉발시키는 특정한 세포집단이 있어서 이들이 무척추동물의 지령뉴런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신경기전에 의해 운행되는 특정 명령계통은 감각입력의 특이적 특징에 의해 조율된다. 행동생물학에서는 이 같은 기전을 선천적 방출기전이라고 한다. 감각계통 또는 선천적 방출기전을 구성하는 특정 검출뉴런들은 특이적 감각입력에 의해 자극됨으로써 지령뉴런 또는 명령계통을 자극하게 된다. 이 명령계통은 다시 중추운동프로그램을 촉발하여 판에 박은 일련의 행동을 생성한다.
(3) 행동과 유전자의 역할
일부 행동이 타고난 것이라면 유전자는 어떻게 행동을 기록하는가? 유전자가 행동을 직접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나의 유전자가 한 가지 행동을 부호화할 수는 없고 행동은 여러 신경세포가 참여하는 신경호르몬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러면 유전자와 행동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신경회로의 구조와 기능에 필요한 특이적인 단백질이나 효소가 유전자 부호에 의해 합성되지만 여러 유전자를 필요로 한다고 해서 각각의 유전자가 행동의 표현에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유전자변이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에 의하면 하나의 유전자변이로 학습된 행동 또는 본능적 행동이상이 발생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초파리에서 가장 잘 연구된 행동의 변종은 쉐이커다. 쉐이커는 비기능적 자발운동을 나타낸다. 이 비정상적 운동은 신경세포와 근육세포의 활동전압이 연장된 것에 의한다. 그리고 그 비정상적 활동전압은 하나의 유전자변이로 칼륨이온 통로가 결여되어 초래된다.
초파리의 성행동은 특히 행동에 대한 유전자의 영향을 연구하는 좋은 예이다. 이 성행동은 복합행동이며 시각, 청각, 후각 등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해 조절된다. 그리고 많은 수의 돌연변이가 이 성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알려졌다. 예를 들면 수컷은 날갯짓으로 특수한 소리를 내어 암컷을 흥분시킨다. 그래서 암컷의 청각장애나 수컷의 날개짓 장애를 일으키는 돌연변이로 짝짓기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유전자는 행동에 적절한 신경회로의 생성뿐 아니라 성장 후 행동의 표현조절에도 중요하다. 유전자는 신경회로 구성에 필요한 구조단백질의 합성을 유전암호로 지정할 뿐 아니라 정상적인 신경전달에 필요한 전달물질합성효소의 합성도 지정하기 때문이다. 또 유전자는 행동의 표현을 촉발하거나 억제하는 펩티드호르몬 또는 조절인자의 합성도 직접지정한다. 예를 들면 고정행위방식은 신경회로의 적절한 지령뉴런 또는 명령계통에 대한 펩티드호르몬의 작용으로 촉발될 수 있다. 군소의 산란행동은 정위행위기와 완결행위기로 구성되는 고정행위방식이다. 정위행위기에는 걷기의 중단, 먹기의 억제, 머리 흔들기로 시작되고 이어서 알을 낳는 절대적인 완결행위기로 이어진다. 이 완결행위기와 일부 정위행위기는 산란호르몬이라는 펩티호르몬에 의해 촉발된다. 포유동물에서 옥시토신의 장궁평활근에 대한 작용과 마찬가지로 산란호르몬은 군소의 난포평활근에 직접 작용한다. 군소의 산란호르몬은 3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었으며 포유동물의 프로오피오코틴과 유사한 큰 전구물질이 절단되어 생성된다. 이 전구물질에서 절단되어 산란호르몬과 함께 생성되는 여러 가지 펩티드들이 분리되었으며 이들은 산란호르몬과 협동하여 분비되고 군소 산란행동의 여러 측면에 관계되는 신경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4) 고등동물의 타고난 행동
비포유동물의 타고난 행동에 관한 연구는 대단히 광범하게 이루어졌으나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와 포유동물에서도 여러 가지 타고난 행동이 알려졌다. 어미원숭이나 다른 원숭이와 완전히 격리되어 성장한 원숭이에게 여러 가지 사진을 보여 주면 다른 것에 비해 어린 원숭이 사진을 선호하는 행동을 나타낸다. 어릴 때는 공격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라도 원숭이 사진을 선호하나 성숙함에 따라 공격자세의 사진은 좋아하지 않게 된다. 즉, 타고난 방출기전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흰쥐의 등가죽을 잡고 들어올리고 발가락을 핀셋으로 집으면 즉시 발을 피하는 굴절반사, 흰쥐를 들어올리고 발바닥에 단단한 막대를 가볍게 대었을 때 움켜쥐는 반응, 바닥에 제켜 놓으면 자세를 바로 하려는 정위반사, 경사진 판에 머리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놓으면 위쪽으로 향하려는 평형반사, 미끄러운 바닥에 놓으면 발가락을 펴는 반응, 귀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귓바퀴를 움찔하는 놀라기 반사 등은 모두가 타고난 행동의 예이다.
사람의 일부 행동에도 타고난 인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이 있다. ① 사람의 행동에 유전인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 ② 인간행동 방식의 일반성, ③ 고정행위방식과 유사한 운동방식의 존재, ④ 특별한 학습경험 없이 나타나는 비교적 복잡한 운동방식의 존재 등이다. 사람의 행동에 대한 유전인자의 역할은 사회적, 윤리적 및 정치적 문제로 인해 접근이 쉽지는 않으나 모든 행동은 다소간에 유전적 조절하에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정신분열증은 일란성 쌍생아나 입양아를 대상으로 연구된 바에 의하면 중요한 유전적 요소가 있다고 한다. 지능에도 유전인자가 있다고 생각되나 이를 일반적인 지능검사로 밝히기는 쉽지 않다. 유전인자와 연관된 여러 가지 지능 저하증이 알려져 있다. 즉, 다운증후군, 페닐케톤요증, 윌리암증후군 등이 그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문화적 또는 환경적 배경에 관계없이 공통적인 행동이 있다. 심부건반사, 눈 깜짝이기 반응, 놀라기 반사 등이다. 공복감, 목마름, 성욕 같은 기본적 욕구나 충동도 마찬가지이다. 복잡한 공통적 행동으로는 감정표현을 들 수 있다. 이는 다윈이 처음 체계적으로 연구하였다. 공포, 노염, 실망, 기쁨에 대한 얼굴표정은 전혀 접촉이 없었던 문화권의 사람들 사이에도 차이가 없다. 어떤 감정의 표현에는 분명히 타고난 요소가 있다. 그리고 사람의 행동방식 중에는 동물의 진공 또는 치환행동에 해당하는 것도 있다. 난처한 처지에 놓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를 두드리거나 긁적거린다. 여러 가지 감정표현은 판에 박은 순차적 운동으로 이루어진다. 어린아이의 미소는 특수한 신호자극으로 유발된다. 인형을 이용한 실험에 의하면 미소짓기는 얼굴 전체에 대한 반응이 아니고 특정한 모형에 대한 반응이다.
사람에게도 전혀 학습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되는 행동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학습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를 가려 내는 일은 쉽지 않다. 동물의 경우에는 격리사육이라는 방법이 있으나 사람의 경우에는 이 같은 방법은 쓸 수 없다. 그러나 자연적인 조건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눈이 먼 상태로 태어난 어린아이는 얼굴표정을 학습할 기회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얼굴표정이 정상인과 다르지 않다. 눈이 먼 어린아이도 어떤 소리에 대해 미소짓고 소리나는 쪽으로 눈을 돌린다.
기억의 분류
기억이라는 것은 그 특성과 시간경과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기억의 분류에 대하여는 인지과학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간질환자의 처치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심한 간질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내측두엽을 절제한 결과 환자는 특정 형태의 정보 인식에 결함을 낸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즉,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사건 또는 세상사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에 대한 의식적 정보 수집능력에 결함을 나타냈는데, 소위 서술적 기억이라고 하는 형태의 기억에 대한 장애이다. 그러나 이 환자는 새로운 시각, 운동성, 재능 같은 다른 형태의 기억에는 장애가 없었다. 예를 들어 훈련을 거듭하면 거울에 비춰진 글을 읽을 수 있다. 이 예에서 학습과 기억에는 서술적 기억과 운동성 재능이라는 두 가지 형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신경계에 의해 운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선조체의 도파민 소실로 인한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씨병 환자는 비서술적 기억에는 장애를 나타내나 서술적 기억은 비교적 정상으로 유지된다. 파킨슨씨병 환자는 서술적 기억은 정상이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재능학습에는 장애를 나타낸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파킨슨씨병 환자에 있어서는 광범위한 운동장애가 있고 병변의 범위도 다양하다.
정상인에서 뇌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하여 선조체 같은 구조가 재능학습에 특이적으로 관계한다는 증거를 얻기는 쉽지 않다. 원숭이의 내측두엽에 손상을 가하면 방금 전에 잠시 동안 제시했던 빛자극을 인식하는 능력에 현저한 장애를 나타낸다. 그러나 반복적인 학습으로 두 가지 빛자극 (이 중 하나에는 음식 보상이 따른다) 을 구별하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획득한다. 이 경우는 연관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빛자극에 대한 적절한 운동 선택의 학습에는 기억의 신경계가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는 측두피질과 선조체와의 신경연결이 관계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선조체의 활성은 '강화' 또는 '교육' 신호를 전달하는 도파민성 신경계통에 의해 조절된다. 이 신경계통은 파킨슨씨병의 기능장애와 관계가 있다. 파킨슨씨병 환자와 측두엽 병변 환자에서 시각적 인식기억과 시각적 감별학습 검사를 시행한 결과에 의하면 측두엽 병변 환자에서는 인식장애가 있었던 반면 파킨슨씨병 환자에서는 감별학습에 장애가 있었다. 그러나 파킨슨씨병 환자에서는 서술적 기억 계통을 이용하여 감별학습문제를 풀 수 있었다. 즉, 연관문제학습보다 점진적 강화에 기초하는 학습이 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된다.
파킨슨씨병 환자의 연관기억장애를 알아보는 "일기예보" 게임이라는 검사방법이 고안되었다. 4개의 카드에 주어진 그림을 근거로 하여 TV 화면에 나타날 일기를 예측하게 하는 것이다. 카드와 일기 사이에는 확률적 관계만 있다. 이 검사로 서술적 기억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 문제해결능력에 현저한 장애를 나타낸다. 학습은 과업수행을 지배하는 복잡한 법칙에 대한 어떤 느낌을 갖게 되기까지는 처음에는 이것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없이 학습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파킨슨씨병 환자도 결국에 가서는 정상인 수준의 수행능력을 얻게 된다.
통상적인 형태의 학습에서와 마찬가지로 확률적 분류학습에는 연관과정에 있어서의 점진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측두엽에서 처리되는 시각정보는 요구되는 학습의 타입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취급된다. 이 학습의 결과 (기억) 는 특이적 기능을 갖는 서로 다른 신경계통에 분포한다. 이 중의 일부는 선조체의 특정 부위와 해부학적 연결을 갖는다. 파킨슨씨병 환자의 선택적인 장애를 운동감각, 인지, 주의 또는 정서의 전반적인 장애로 간주할 수는 없다. 물론 파킨슨씨병 환자의 감별장애는 L-DOPA 치료로 개선된다. 즉, 도파민 계통이 이 같은 종류의 기억장애에 관계된다는 것은 틀림없다. 다만 이 계통이 어떻게 확률적 분류와 관계되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선조체에 병인이 없는 파킨슨씨병 환자의 인지기능장애 연구가 실마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 반사기억
고전적 조건화와 사역적 조건화는 실험기법에 따른 연관학습의 분류이다. 한편 학습으로 습득한 지식의 타입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다. 즉, 한 가지는 특정한 개인적 경험 그리고 명백한 사실적 지식에 의한 학습이고 또 하나는 절차나 법칙에 관한 지식에 관계되는 학습을 들 수 있다. 흔히 학습으로 습득한 지식을 인출하는 방식에 따라 반사기억과 서술기억으로 분류한다.
반사기억은 절차기억이라고도 하며 자동적 또는 반사적 성질을 갖는 것으로 이것의 인출은 인식, 의식 또는 비교나 평가 같은 인지과정에 관계되지 않는다. 반사기억은 수많은 시행의 반복으로 서서히 축적된다. 반사기억은 피아노연주 같은 특정 과업의 수행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서술적 문장의 표현은 향상시키기 힘들다. 반사기억은 운동재주 그리고 절차나 법칙의 학습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반사기억이 절차나 재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 서술과업도 충분히 반복하면 반사기억의 성격을 띨 수 있다. 비연합 기억인 습관화나 민감화 그리고 연합기억인 고전적 조건화가 이에 속하여 반사기억은 계통발생학적으로 서술기억보다 먼저 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대단히 단순한 신경계를 가진 동물의 신경세포에 있어서 학습에 수반되는 물리적 또는 화학적 변화를 알아보기로 한다. 신경계가 뇌를 이루어 더 광범하고 가소성인 학습능력을 갖는 동물에서는 물리적 또는 화학적 변화를 알아보는 일이 단순치 않다. 더욱이 인간의 뇌에 이르면 다른 포유동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특징을 갖게 된다.
앞서 반사기억의 하나인 군소의 아가미수축반사의 습관화는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물질 감소로 일어난다고 하였다. 이직 신경전달물질 유리감소의 자세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달물질의 유리감소는 시냅스전 신경말단의 N-형 칼슘이온 통로의 활성감소에 의한다고 생각된다. 뉴런의 신경신호인 활동전압이라는 임펄스가 축삭을 따라 이동하여 신경말단에 도달하면 신경말단의 세포막 칼슘이온 통로를 통하여 세포내로 칼슘이 유입되고 이 칼슘이온은 전달물질 저장소포에 저장되었던 전달물질의 세포 외 유출을 야기함으로써 시냅스 후 세포로 신경신호전달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칼슘이온 통로의 활성이 감소하면 세포내로의 칼슘이온 유입이 감소하여 전달물질의 세포 외 유출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의 저장은 이 같은 시냅스에서의 동력학적 변화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으므로 형성되어 있는 신경연결의 강도에 있어서의 가소성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서술기억
서술기억은 그 습득과 인출에 의식이 관계된다. 즉, 비교, 평가, 추리같은 의식적 절차에 좌우되는 것이다. 서술기억에는 특정한 자서전적 사건 그리고 그것에 연관된 개인적 및 시간적 정보가 저장된다. 서술기억은 한 번의 경험으로도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이 반복에 의해 반사기억의 성격을 띨 수 있다. 자동차운전을 처음 배울 때처럼 의식적 언어절차를 필요로 하지만 숙련되면 자동적 운동활동이 된다.
이들 두 가지 타입의 기억은 유아기에 경험한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것을 어른이 되었을 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설명하는 데에도 한 몫을 한다. 쟝 피아지에는 인생의 초기 2 년간을 인지발달의 감각 운동기라고 하였다. 유아는 초기 2년간에 신체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학습한다. 즉, 물건을 잡기 위해 손을 어떻게 쓸 것인지, 걸음마를 하려면 근육들을 어떻게 협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또는 중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먼 곳에 있는 물건과 가까이 있는 것의 상대적 크기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를 학습한다. 이 2 세까지의 유아에 있어 사람이나 물건은 유아의 감각운동행위와는 독립적인 것으로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반사기억에 해당하는 것이고 유아는 물건이나 사건을 정신적으로 서술할 수 없으므로 서술기억은 불가능하다. 유아의 사고는 논리 이전의 것이라는 특성이 있으므로 연관관계의 이해는 무리라는 것이다.
(3) 연합기억
사람의 강력한 학습은 연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부수되는 어떤 것, 즉 가혹행위나 학대 따위와의 연합이다. 그 중요성은 파브로브의 개 실험으로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종소리에 뒤따라 고기냄새가 나는 훈련을 거듭하면, 개는 종소리가 나면 마치 고기냄새가 날 때와 같은 반응을 습득하게 된다. 즉, 개에게 있어서 이들 두 가지 사건은 별개의 것이 아니고 기억 속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도 이와 비슷하게 훈련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복잡하고 기본적인 학습행동에 있어서 공통적인 세포 수준 또는 분자적 기전이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기억저장에 관계되는 특정 분자를 임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기억 특이적인 약물을 가지고 학습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의 영구적인 재현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뇌의 여러 서로 다른 부위가 다양한 기억을 저장한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기억 기능에는 공통의 물리법칙 같은 공통된 원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또는 아주 근접하게 발생하는 사람의 감각의 모든 사건이 기억을 형성한다는 것이 일반법칙의 하나일 수 있다. 이 법칙은 번갯불, 천둥소리, 벌에 쏘임, 장미 냄새따위 단순한 것에서 학교의 첫날, 사랑하는 이와의 첫 포옹, 종교적 시각, 기적의 해결따위 복잡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기억된 사건에 적용될 수 있다. 기억의 일반법칙은 우주에 관한 물리법칙을 만드는 방법을 사람에게 가르친다고 할 수 있다. 기억은 우리들 일상생활 속의 여러 사건들에 의해 다듬어진다. 그러나 기억은 우리가 그 같은 사건들에서 유도한 물리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지능수집장치로서의 뇌는 동시에 감각된 사건들이 어떻게 서로 연관이 있는가를 기록하는 특수한 기능이 있다. 기억이란 뇌 안의 그들 관계의 기록이다. 뇌는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에 많이 접하게 될수록 뇌는 장래에 일어날 일의 예측능이 커진다. 적절한 반복에 의해 뇌는 100% 가능성을 예측하게 된다. 뇌는 실제적 확실성을 가지고 동시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결정하여 왔다. 동물계의 모든 동물 중에서 사람은 가장 뛰어나고 정교한 가능성의 예측능력을 가졌으며 이 가능성을 근거로 예측하고 그 예측을 이용하여 선택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적응행동의 기본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건이 처음 뇌에 감각되었을 때는 그 가치가 불분명하다. 그 가치는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생의 초기 기억에 대한 상황은 우리가 의지하는 사람에 의해 강력하게 결정된다. 부모의 의견과 바램이 우리가 경험으로부터 기억하는 것과 무거운 비중을 가지고 연계된다. 가족 내에서 어린아이의 뇌는 부모의 가치로 새겨진다. 대가족의 경우는 사회적 가치가 기억에 대한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의 총합적인 기억이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문화적 관습, 수용된 행위 및 선입관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세기에 걸쳐 기억된 경험들을 공유한다. 상황은 가족 내외의 권위자와 패거리에 의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학습된 기록이 국가적 정체성의 실체를 이룬다. 개인의 기억은 사회의 의지 표현을 유도하고 가능하게 한다.
13세기 스페인의 종교지도자들은 유태인의 천 년이나 이어져 온 종교의식을 금했다. 이를 어겼을 경우 종교재판에 회부되거나 사형에 처해졌다. 유태인들은 세례를 받고 가톨릭으로 전향했으나 그들의 전통적 의식을 비밀리에 행하였다. 낮에는 가톨릭으로 행세하고 밤에는 그들의 기억에 귀를 기울였다. 스페인 제국이 사라진 후에도 세계 각지로 흩어진 유태인들은 그들의 전통의식을 계속하였다. 이제는 잘 알지도 못하고 별로 필요도 없는 의식이 계속되고 있다. 처참한 형벌의 기억이 한세대에서 다음세대로 무의식 속에 전승된 것이다. 애초의 상처가 아직도 집단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장래의 예측을 어기지 않으려는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기억의 기본적 기능은 일어나는 사건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이며 우리들 생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역할도 한다. 확률의 자료집을 가지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줄여 간다고 생각된다. 이들 기본확률이 우리를 평형에 이르게 한다. 매일 매일의 욕구를 익숙한 방법으로 만족시키고 우리의 예측이 충족되는 것이다.
학습된 예측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불안과 혼동이 따른다. 익숙한 상황을 찾아 확실성의 평형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새로운 상황을 찾아 이루려 하게 한다. 이민은 익숙지 않은 습관이나 언어 때문에 수개월 또는 수 년 동안 불편하고 혼돈스럽고 때로는 외로움을 느낀다. 과거의 가치관과의 사이에 갈등을 일으킨다. 과거의 확률이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상황은 불안정하고 확실성은 희박하여 불안이 항상 따르게 된다.
호기심과 익숙한 것에 대한 욕구 사이의 긴장 (갈등) 은 생의 초기에는 무시할 정도다. 동물은 감각자극이 별다른 보상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서의 이익을 취하려고 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어린아이들은 다채로운 환경을 탐색하기를 즐긴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자극은 다양하고 풍부하나 기억된 과거와 경쟁할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신경계는 그 같은 자극의 지속적 주입을 필요로 한다. 그 중 일부는 어른이 되었을 때의 새로운 경험을 위한 욕구로 남는다. 호기심 많은 관찰자도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혼돈에서 예측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일상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에 있어서도 경험은 확률과 기대의 자료집을 만들어 간다. 생애를 통한 호기심은 쉽게 풀리지 않는 역설에 직면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과거의 수많은 관찰 그리고 원초적인 호기심을 동원함으로써 생긴다. 관찰된 사실들의 새로운 합성은 다른 사람들의 의심할 바 없는 과거의 합성, 특히 확립된 사고방식에 집착하는 권위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익숙한 기대, 가치관 또는 행동양식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자도 기존의 학설이나 기법을 쉽게 시인하지 않는 일은 드물다. 모험심과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절대절명이라는 상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강제되지 않으면 쉽게 변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새로운 방법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유태인, 위그너교도, 퀘이커교도, 청교도에게 그들의 종교가 허락되었다면 수백 년 동안의 조국을 등지고 떠돌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불관용 때로는 박해가 그들 생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절망에 찬 초기의 경험은 기회를 잡으려는 의지를 키웠다.
기억의 단계
기억은 어떻게 저장될까? 어떻게 정보를 신경망에 기록할까? 여러 가지 가설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달팽이가 연합을 학습할 수 있고 이는 사람에서의 연합기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가? 사람이나 토끼의 뇌가 학습하는 기전이 달팽이와 같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동물들이 연합이라는 공통의 기전으로 학습한다고 할 때 포유류의 뇌 안에 있는 수천만 개의 뉴런 중에서 특정한 기억세포를 찾을 수 있을까? 수천 개의 뉴런이 동일한 연합을 저장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그러나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다.
기억의 생물학이라 하면 대단히 광범한 내용이 포함되겠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① 기억에는 단계가 있고 계속해서 변한다. ② 장기기억은 뇌의 물리적 또는 가소성 변화에 의한다. ③ 기억을 기록하는 물리적 변화는 신경계 전체에 걸쳐 여러 부위에 소재한다. ④ 반사기억과 서술기억은 별개의 신경회로를 가질 것이다.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을 때 머리에 충격이 있기 이전의 기억이 선택적으로 소실되는 역행성 건망증이나 의식을 되찾은 이후에 일어난 사건의 기억이 선택적으로 소실되는 선행성 건망증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이 현상은 동물실험으로도 철저하게 연구되어 왔다. 뇌에 전기충격을 가한다거나 물리적 상해를 입히는 방법 또는 뇌의 신경활성을 억제하는 약물 또는 단백질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한 방법들이 이용되었다. 임상적으로도 뇌손상이 건망증을 일으키고 특히 손상 전 수 일 이내의 사건들에 관한 기억상실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최근에 습득한 기억은 쉽게 소실될 수 있으나 오래된 기억은 쉽게 소실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학습이 된 후 잠재적 역행성 건망증의 정도 다시 말해 기억이 불안정상태인 기간은 학습의 강도나 성질, 기억을 방해하는 사건의 성질이나 강도 및 동물에 따라 수 초에서 수 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억의 유지와 붕괴에 관한 연구에는 흔히 기억저장계통 모델이 이용된다(그림 5). 뇌로 들어오는 입력은 단기기억저장으로 처리된다. 이 저장용량은 한정된 것이어서 십여 가지 항목밖에 지속될 수 없다. 정보는 이어서 일련의 처리과정에 의해 보다 영구적인 장기기억 저장으로 전환된다. 장기기억은 다시 중간형으로 나누는데 이 중간형은 비교적 붕괴되기 쉬우나 장기기억은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 이 모델이 완성되려면 기억저장을 탐색하여 주어진 과업에서 요구되는 정보를 인출하는 기능이 추가되어야 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기억저장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파괴되거나 정보탐색 및 인출기전이 붕괴되면 경험의 유지가 방해받는다는 것이다. 손상성 건망증은 부분적으로 정보탐색 및 인출기전의 붕괴에 의하는 것이다. 손상 후 잊어 버렸던 기억이 점차 되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장된 기억이 완전하게 파괴되었다면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림 5 기억저장계통의 모델
우울증 치료를 위한 전기경련요법을 받은 환자에서도 동물실험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래리 스퀴어는 기억 정도를 정량화하는 믿을 만한 기억검사법을 소개하였다. 비교적 최근 (1~2년) 의 사건, 오래된 (3~9년) 사건 그리고 아주 오래된 (9~16년) 사건으로 나누고 1957년에서 1972년 사이의 어느 한 해에 방영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이름을 대게하였다. 1차로 검사하고 나서 2차 검사는 전기경련요법 후에 시행하였다. 전기경련요법 전후에 다같이 기간이 오래된 것일수록 적중률은 점차 감소하였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 1~2년 사이에 방영되었던 것의 적중률은 전기경련요법 전후에 있어 크게 차이가 있었다. 이 결과는 최근 기억의 인출은 장기기억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쉽게 붕괴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일단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면 비교적 안정하나 손상이 가해지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저장된 정보가 점차로 소실되고 인출능력이 감소한다는 것을 말한다.
학습에 미치는 약물의 효과로 기억의 시간의존성과 기억형성의 변화요인을 알아볼 수 있다. 스트리키닌이라는 경련유발약물을 경련용량이하를 투여하면 학습효과가 개선된다. 학습훈련 후에 투여하여도 개선된다. 학습훈련 직후에 투여하면 다음날의 학습효과가 촉진된다. 그러나 학습훈련 수 시간 후에 투여하면 아무 효과도 없다.
(1) 단기기억과 장기기억
기억은 몇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한 가지는 극히 단기간의 초단기기억 이다. 기억하려는 항목이 수 초 간밖에 유지되지 않는 것이다. 차를 타고 달리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관을 1~2초 후에는 떠올릴 수 있으나 그보다 먼저 보았던 것은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그 중에서 주의를 끌었던 사항은 단기기억 으로 옮겨진다. 단기기억으로 옮겨진 사항은 수 분 동안 유지된다. 이것은 불안정하여 다른 사건으로 인해 방해 받으면 곧 소실된다. 전화번호부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려고 할 때 그 번호를 마음 속으로 몇 번 되풀이하면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어 온다거나 공중전화에서 동전을 떨어뜨리게 되면 전화번호를 잊어 버리고 만다.
단기기억 속의 사항들은 장기기억 으로 이송될 수 있다. 여기서 기억은 수 시간 때로는 생애를 통하여 유지될 수 있다. 이 같은 기억의 이송에 필요한 뇌신경계의 하나가 해마이다. 사람에서 해마의 이 기능은 해마절제수술을 받은 H.M. 이라고 하는 환자의 예로서 잘 알려지게 되었다. 해마는 좌우 측두엽에 있으며 H.M. 이라는 환자는 심한 간질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양측 해마를 절제하였다. 이 환자는 수술 후 기억장애를 나타내게 되었다. 다음은 임상보고를 발췌한 것이다.
수술 후 H.M. 은 임상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전반적인 지능장애의 증거는 없었다. 오히려 수술 전보다 지능이 약간 높았다. 그러나 현저한 기억장애가 계속되어 환자는 최근 수 년간에 경험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H.M. 은 수술 후 10개월째에 같은 동네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으로 이사하였다. 일 년쯤 지난 후 검사하였을 때 새로 이사한 집주소를 기억하고 있지 못하였다. 혼자 두면 옛집으로 찾아가는 것이었다. 6년 전에 다시 이사했는데 역시 현주소는 기억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사했다는 사실은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똑같은 퀴즈를 매일 반복해서 풀고 똑같은 잡지를 매일 반복해서 읽었다. 이같이 건망증이 심했는데 기억범위는 정상이었다. 하루는 584라는 숫자를 기억하도록 하라고 이르고 15분 동안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있게 한 다음 숫자를 대어보라고 하였더니 더듬거림 없이 숫자를 대었다. 그래서 "어떻게 숫자를 외웠는가?: 라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야 간단하지요. 8 만 기억하면 되거든요. 5, 8, 4 를 합하면 17 이고 8 을 기억해 내고 17 에서 8 을 빼면 9 가 되고 9 를 둘로 나누면 5 와 4 가 되니까 그래서 584 지요. 간단하지요."
이 같은 교묘한 기억술에도 불구하고 H.M. 은 그로부터 1분 후에는 584 라는 숫자를 기억하지 못하였고 이에 관련된 일련의 사고과정에 대해서도 기억해 내지 못하였다. 심지어 숫자를 기억하도록 하라고 하였던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였다. 이 같은 건망증이 어떤 느낌이었는가는 H.M. 의 진술로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이상한 일을 했던지 이상한 말을 했지요? 지금 이 순간은 모든 것이 나에게 분명한데 방금 전에 어떤 일이 있었지요?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겁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기분입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다." 환자 H.M. 은 수술 전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기억은 상실하지 않았다. 장기기억의 저장고에 있는 기억은 없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기억이란 학습 후 일정기간 동안 변화한다는 것을 말한다.
(2) 작업기억 (Working Memory)
이것이 없으면 이 글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식당의 식단도 기억할 수 없으며 집을 찾아가는 길도 알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불행한 사태에서 결여된 것이 곧 작업기억이다. 지울 수 있는 뇌의 칠판이라 할 수 있다. 이해력, 추리 및 계획수립에 필요한 정보, 예를 들면 음식값 또는 주위의 지도 같은 정보를 뇌에 잠시 동안 저장하고 처리하는 것이다. 작업기억은 잠시 동안만 작동한다. 그러나 이것은 행동, 언어 및 사고의 조직화에 필수적인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작업기억은 지능 정도를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것의 신경적 기전을 사람과 동물 실험으로 알아보게 되었다.
과거 20년 동안의 집중적인 연구로 작업기억은 뇌에 산재해 있는 여러 영역들의 협동을 필요로 하고 그 영역들은 기억해야 할 사물, 위치 또는 단어에 따라 정확한 자리가 정해졌다 는 것이 알려졌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억과 학습 같은 뇌의 고위기능과 연관되어 있는 전전두엽 영역에서 작업기억의 합주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부위는 작업기억의 정보를 저장할 뿐 아니라 고위 추리와 관계되는 감각 영역의 활동을 조정한다. 작업기억을 좋게 하는 약은 노인들의 숙원이다. 23년 전 알란 배드리 (Alan Baddeley) 가 소위 단기기억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틀로서 작업기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행동심리학적 실험에 의하면 단기기억은 작업기억계의 일부이고 계획과 추리에 필요한 정보를 잠시 동안 저장하고 처리한다(그림 6).
그림 6 작업기억 모델
정상 또는 뇌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에 의하면 작업기억은 한 장소에만 저장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요소로 이루어진다. 즉, 언어 및 시각기억을 위한 두 가지 단기기억 완충 그리고 조직적 활동, 문제해결 및 계획수립을 위해 완충에 저장된 정보들을 취급하고 조정하는 관리역인 '중앙수뇌부' (central executive) 가 있다. 그러나 배드리는 이 같은 신경망이 뇌의 어느 부위에 형성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였다.
최근 원숭이를 이용한 전기생리학적 연구로 실마리가 잡혔다. 퍼스터 (Fuster) 는 뇌의 앞부분에 있는 전전두엽피질에 대상의 위치에 관한 단기기억이 저장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를 얻었다. 우선 원숭이에게 모양이 같은 두 가지 대상을 보여 준다. 한 가지는 오른쪽에 그리고 또 하나는 왼쪽에 보여 준다. 그리고 한 쪽에는 사과조각을 둔다. 그리고 60초 동안 대상을 감추었다가 다시 보여 준다. 원숭이가 위치를 기억한다면 먹이가 있는 쪽을 잡을 것이다. 원숭이가 먹이가 있는 쪽을 기억하게 된 후 대상이 감추어진 동안 전전두엽피질의 국한된 지역의 뉴런이 전기적 활성을 나타냄을 관찰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결과를 작업기억과 연관하여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만으로 단기기억과 전전두엽피질의 관계를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실험으로 원숭이가 TV 화면 중앙의 한 점에 시선을 집중하고 화면 외곽에 잠시 동안 번쩍이는 네모의 위치에 주목하도록 훈련하였다. 수 초의 지연시간 후에 네모가 있었던 쪽으로 눈을 움직여서 기억하고 있는 네모의 위치를 나타내도록 하였다. 원숭이의 전전두엽 세포는 지연시간 동안에 활성을 나타내었다. 네모의 위치를 바꾸면 다른 세포들이 활성을 나타내었다. 한편 전전두엽과 여러 시각영역들에서의 신경활성을 기록함으로써 전전두엽의 일부는 대상의 인식을 위한 작업기억에 관련되고 또 다른 부위는 공간적 위치에 대한 작업기억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작업기억에 있어서 다목적 중앙통제기구는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1996년 사람의 신경영상기술을 이용한 연구가 시작되면서 원숭이의 전전두엽에서의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사람의 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 알려졌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에 의하면 얼굴의 모양과 위치에 대한 작업기억은 서로 다른 전전두엽 지역과 서로 다른 감각영역에 관련됨을 알 수 있었다. 또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을 이용하여 공간 작업기억과 언어 작업기억이 서로 다른 부위에 관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개의 점의 위치를 기억하는 일에 있어서는 전전두엽의 특정 부위와 위치 감지에 관련되는 오른쪽 뇌에서 주로 활성을 나타내었다. 한편 네 가지 글자를 식별하는 일에는 언어의 생성과 감지에 관련되는 세 가지 부위의 왼쪽 뇌가 활성을 나타내었다. 이 중 두 부위는 전전두엽에 있었다.
사람의 뇌에서 공간, 대상 및 언어적 작업기억이 별도의 회로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되나 이들의 전전두엽 회로가 절대적으로 별개인지는 확실치 않다. 원숭이에서는 위치에 관계되는 작업기억이 전전두엽의 특정부위인 영역 46에 관련됨에 강력하게 암시하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영역은 이전에 훈련을 통해 습득한 대상을 탐지해야 할 때 또는 정보의 종류에 관계 없이 동시에 주어진 여러 가지 정보 중에서 마음 속에 임의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때 항상 활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맡은 일이 열 가지라고 할 때 이 중에서 어느 것은 이미 완료되었고 어느 것은 아직 미결 상태인가를 파악해야 할 때 이 부위가 관계되는 것이다. 물론 전전두엽의 자세한 역할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대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 즉 전전두엽피질은 어떻게 세분되고 그들이 어떻게 총화를 이루는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기능의 하나는 정보의 온라인 저장일 것이라는 것이 사람의 뇌 영상연구로 제안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전전두엽피질의 활성은 다루어야 할 정보의 양에 비례한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로 더욱 뒷받침된다. 산소 농도를 측정하여 뇌세포의 활성을 알아보는 방법의 하나인 기능적 자기공명영상법을 이용한 사람 뇌의 연구에 의하면, 보여 준 몇 개의 글자를 식별하고 순서를 기억하도록 하면 기억해야 할 글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에 비례하여 전전두엽영역 46의 활성도 증가하였다. 즉, 이 부위는 정보를 식별하고 순서를 마음 속으로 정하는 일에 관계된다는 것을 말한다. 뇌의 뒤쪽 영역들도 작업기억에 관계된다는 증거도 있다.
(3) 장기기억과 가소성 변화
어떻게 정보가 저장되는가? 단기기억에는 몇 가지 형태가 있는 것같다. 한 가지는 시각의 잔영과 같은 대단히 짧은 단기기억으로 망막에서의 광화학적 처리가 잔영에 관계되는 것이다. 즉, 단기기억의 일부는 감각수용체 에서의 일시적인 물리적 변화로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또 한 가지는 수 분에서 수 시간 동안 지속하는 약간 지속적인 단기기억이다. 후경직성 강화 또는 시냅스전 억제 같은 시냅스 전달기전의 단기간의 가소성 변화에 의한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단기기억 기록기전에는 뉴런간의 흥분성 되먹이기 고리에 의해 유지되는 뉴런활성의 형태로 정보가 저장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뉴런활성은 폐쇄회로 안에서 순회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일정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다. 즉, 단기기억은 뉴런의 물리적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지 않고 단순히 진행 중인 뉴런활성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말한다.
장기기억은 어떻게 수 년 동안 저장될 수 있는가? 두 가지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단기기억에서와 마찬가지의 역동적 변화가 장기기억에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장기기억에는 일종의 가소성 변화로 뇌에 지속적인 기능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간단한 실험으로 이 두 가지 가능성을 구별할 수 있다. 만일 모든 뉴런의 활성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면 역동적 기전, 즉 순회회로에 의한 기억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예를 들면 전신마취나 무산소증 또는 뇌의 냉각 등으로 뉴런의 활성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다. 이같은 방법으로 단기기억 또는 최근의 기억은 사라지게 할 수 있으나 오래된 기억은 유지된다. 따라서 오래된 기억은 역동적 변화에 의한다기 보다는 뇌의 물리적 변화에 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뒤에 다시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그러면 기억은 뇌의 어느 곳에 저장되는가? 파브로브는 모든 학습과정이 신피질에서 일어난다고 믿었다. 신피질의 병변에서 심지어는 수술적인 뇌와 척수의 분리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학습과 기억이 뇌의 어느 특정 부위에 국한하여 위치한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같다. 정보의 특성에 따라 신피질은 물론 척수에 이르는 신경계 모든 부위에 기억저장에 필요한 가소성을 갖는 뉴런들이 분포하고 있다. 아주 단순한 학습에서도 정보는 병렬통로를 통하여 뇌의 여러 장소에 분산 저장된다. 이 같은 병렬처리방식 때문에 국한된 뇌손상이 있을 때 특정 학습효과가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즉, 제한된 부위의 뇌손상이 있더라도 특정 사건의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다. 또 학습의 일반화라는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즉, 애초에 학습과정에 사용되었던 자극과 약간 다른 자극으로도 학습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학습이란 단순한 자극-반응 결합형성이 아니며 감각경험의 단순한 재생도 아니다. 학습이란 특정 뉴런의 가소성 변화에 의한 것이지만 이 같은 뉴런은 신경계에 널리 분포한다. 따라서 뇌손상이 부분적으로 있다하더라도 가소성 변화를 일으킨 일부 뉴런은 남아 있게 된다. 더구나 뇌는 일부 남아 있는 정보를 이용하여 원래대로 재생시키는 능력도 있다.
소뇌와 측두엽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반사기억과 서술기억은 뇌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신경회로가 담당한다. 편도핵이 손상되면 심박반응 조건화에 장애를 일으키는데, 반사궁의 운동신경말단에 인접한 신경경로의 차단에 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리자극에 이어 눈에 바람불기를 반복하면 소리자극에 의해 순막반사 (눈 깜짝이기) 조건화가 형성된다. 소뇌의 내측치상핵외측중간핵에 국한한 손상이 있으면 이 조건반사가 사라진다. 그러나 바람에 의한 무조건반사는 지장이 없다. 이것은 순막반사의 조건화에 소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을 의미한다.
측두엽이나 간뇌의 손상은 서술기억에 현저한 영향을 미친다. 1차적으로는 새로운 기억의 유지가 장애를 받는다. 이미 저장된 기억은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이들 구조는 기억장소라기보다는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하는 과정에 관계되는 구조라 하겠다. 신경외과의사인 펜필드는 심한 간질환자의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측두엽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각성상태인 환자의 노출된 측두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였다. 측두엽의 한 부위를 자극하였더니 환자는 과거에 들었던 일이 있는 멜로디가 들린다고 하였다. 잠시 뒤에 같은 장소를 다시 자극하였더니 똑같은 멜로디가 들린다고 하였다. 기억에 있어서의 측두엽의 역할은 측두엽에 있는 구조의 하나인 양측 해마를 절제한 간질환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환자는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기억은 잘 유지된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한다거나 대화방법에는 지장이 없다. 단기기억 자체에도 별 지장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단기기억의 장기기억으로의 이행에 결정적 결함을 나타낸다. 대화 도중 잠시 방을 떠났다가 다시 들어와 대화를 계속하려면 잠시 전에 나누었던 이야기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해마는 기억의 고정과정에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억의 고정이란 뇌가 정보를 구조화하고 재체제화하여 영속적인 기억의 일부로 만드는 생리학적 및 심리학적 변화를 말한다. 해마에 국한하는 뇌손상은 산소결핍증 후에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같은 환자에서 건망증이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허혈에 의한 해마의 신경세포손상이 건망증에 민감한 과업 수행에 지장을 초래함이 알려졌다. 반사기억에 속하는 재주기억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서술기억에는 장애가 나타났다. 즉,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학습하고 기억할 수는 있어도 세상사를 기억하는 데에는 장애가 있다. 해마에 인접한 대뇌피질에 손상이 있어도 비슷한 기억장애가 나타난다.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정신병인 콜사코프정신병에서도 해마손상의 경우와 비슷한 건망증을 볼 수 있다. 이 경우 심한 기억장애와 함께 전두엽 기능장애를 나타낸다. 그리고 대뇌변연계에 속하는 간뇌에 병변을 나타낸다. 특징적으로 시상하부의 유두체와 시상의 내배측핵에 손상이 있다. 이들 환자에서는 반사기억에 속하는 예비화라는 현상에는 지장이 없으나 서술기억에 속하는 의미기억에는 장애가 나타난다. 동물실험에서도 내측시상의 광범한 병변은 사람의 건망증과 비슷한 학습장애를 나타낸다.
측두엽이나 간뇌에 손상이 있는 환자는 서술기억에 관계되는 과업수행에는 장애가 있으나 반사기억에 관계되는 과업은 잘 수행한다. 학습과업이 두 가지 형에 모두 관련될 경우는 문제의 일부 측면은 기억하나 다른 측면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복잡한 재주를 구성하는 법칙이나 절차의 학습이 불가능하다. 즉, 이 건망증환자에서는 기억의 저장과 인출을 돕는 기억저장계와 인식중개계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라 할 수 있다.
(4) 기억의 고정
해마와 측두엽의 내측에 기억의 고정과정 역할을 담당하는 부위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 기억의 고정이란 뇌가 정보를 구조화하고 재체제화하여 영속적인 기억으로 만드는 생리학적 및 심리학적 변화라 할 수 있다. 정보가 일단 장기기억으로 들어온 후에도 정보의 일부는 변화받는다. 또 재체제화된 것이 영속적으로 보존되도록 되기 전에 망각될 수도 있다.
재구조화의 단순한 예를 들자면 문자를 처음 배울 때 ㅏ 와 ㅓ 를 구별하기 위해 점이 오른쪽에 있는지 왼쪽에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일단 문자의 인식이 이루어지면 재구조화된 기억에 의해 그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아도 문자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해마와 측두엽의 내측부는 영속적 기억장소라기보다는 기억의 형성이나 발달에 관여한다. 해마를 절제한 환자나 심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전기충격요법을 받은 환자에서 처치 이후의 사건에 대한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그 증거의 예이다.
(5) 기억 단계에서의 반사기억과 서술기억
뇌는 두 가지 종류의 정보를 별도로 처리하여 그 각각을 별도로 저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사 또는 절차기억은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지식이다. 서술기억은 개인의 과거 경험에 대한 명료하고 접근 가능한 기록으로서 그 경험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서술기억은 측두영역과 시상의 일부에서 처리된다.
절차적 학습은 서술적 학습보다 계통 발생적으로 먼저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학습했다는 자각이 없이도 생기는 습관화나 민감화 또는 고전적 조건화는 절차학습의 구체적 예이다. 반사기억은 그 절차에 직접적으로 관련하는 신경회로에서만 일어나는 생화학적 및 물리학적 변화에 기인한다는 것을 군소의 습관화나 해우의 고전적 조건화의 예에서 살펴보았다. 그러나 서술기억에서 일어나는 신경회로의 재구축이라는 것은 이와는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유아기나 아주 어린 아동기에 경험했던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기억은 어른이 되면 잊어 버린다. 사람은 초기 2년간을 인지발달의 감각운동기라고 한다. 물건을 잡으려면 손을 어떻게 써야 하고 걸음마를 하려면 근육이 어떻게 협동적으로 일해야 하고 중력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또 멀리 있는 물건과 가까이 있는 물건의 상대적 크기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등을 학습한다. 유아의 사물에 대한 지식은 그것에 대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에 한정된다. 즉, 유아에 있어서 사람이나 물건은 그것에 대해 유아가 행한 감각운동행위에서 독립된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위 절차학습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두 살 이하의 어린아이는 물건이나 사람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할 수 없으므로 서술적 기억이 불가능하다. 두 살이 지나서 물건이나 사람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어 소위 자기가 성립하게 된다. 그래서 사물을 마음에 두고 기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유아의 사고는 논리 이전의 것이므로 성인과는 달라서 어른이 되면 잊어 버리게 된다.
기억과 그것의 인출을 돕는 기억술이라는 것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그리스의 웅변가가 발명했다는 장소법이다. 어느 친숙하며 낯익은 장소를 마음 속에 떠올린다. 그리고 연설하려고 하는 내용의 요점과 중요한 어휘를 그 장소의 길을 따라 늘어 놓는다. 연설에 임했을 때 마음속으로 그 거리를 걸으며 어휘들을 늘어 놓았던 장소를 찾아 기억했던 어휘를 상기한다. 서술기억의 정보를 구조화하기 위해 절차적 학습법을 가미한 것이다.
사람의 학습과 기억
군소나 해우 (바다달팽이의 일종) 의 단순학습에서의 신경계의 세포수준 또는 분자수준의 변화가 보다 복잡한 신경계에서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기초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틀림없으나 사람들이 어떻게 베토벤의 악보를 기억하고 십자말풀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기는 어렵다. 고등동물에서의 실험적 연구나 사람의 심리학적 연구로 사람이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모델을 구성하는 데에 중요한 지식을 제공하나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뇌손상 후에 일어나는 건망증은 사람의 기억체계에 대하여 특별히 중요한 증거를 제공한다.
약 40년 전 뇌와 행동의 실험적 연구의 선구자인 심리학자 칼 라쉬리 (1937) 는 기억이 뇌에서 어떻게 조직화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동물에게 어떤 특정한 과제를 학습시키고 대뇌피질의 여러 장소를 하나씩 절제하고 기억이 어느 장소에 저장되는가를 찾아 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어느 장소에서도 기억흔적은 찾아 낼 수 없었다. 이후의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뇌피질 뿐 아니라 뇌내의 여러 영역과 구조가 학습과 기억에 참여하며 특히 기억은 대뇌피질 여기저기에 분산하여 중복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날드 헤브는 기억이란 뇌 안의 어느 특정 장소에 각인된 흔적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고 신경계의 구조적 변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 구조적 변화라는 것은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진 고리의 활성에 의해 생성된다고 생각했다. 즉, 피질에서 시상이나 해마로 그리고 다시 피질에 이어지는 고리가 형성되고 이 고리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의 반복적 활성이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를 기능적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일단 결합이 이루어지면 이들 신경세포는 신경집합체로 기능하게 되어 그 집합체의 어느 신경세포가 흥분하게 되더라도 집합체 전체가 활성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세포집합체 중의 어느 세포를 흥분시키는 감각, 사고, 감정에 대한 기억이 저장되고 인출될 수 있으며, 그 구조적 변화라는 것은 시냅스에 생기는 것으로 어느 신경세포가 다음 신경세포가 나타내는 효과를 증강시키는 일종의 성장과정 또는 대사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이 집합체라는 생각은 기억이란 정적인 기록이 아니며 뇌의 단일 신경세포나 분자의 구조적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실을 기억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즉 정보를 얻는 일, 그 정보를 유지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인출하는 일이다. 기억에 장애가 있다는 것은 이들 세 가지 과정 중 어느 하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이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사람은 각각의 정보를 일일이 학습하고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지식의 틀을 만들고 그 틀의 구조가 지식의 학습, 저장, 상기를 유도한다고 한다. 기억은 능동적 과정으로서 기존의 지식은 항상 변할 수 있고 생각하는 뇌에 의해 검토되어 재공식화된다 는 것이다. 그래서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사람은 경험했던 일들을 일반화하는 경향과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은 사람의 특이적인 천부적 능력의 하나이다.
(1) 학습의 해부학
신경과학자들은 뇌에 정해진 학습중추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아무리 간단한 학습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학습하고 저장하며 재생하기 위하여 뇌의 여러 부위가 함께 활동한다고 생각하여 왔다. 그러면 뇌는 어떻게 각각의 임무를 분담하는가? 또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특정한 학습요소와 관련이 있는가? 워싱턴 대학의 피터슨과 미에르 (1996) 는 양전자단층촬영기법을 이용한 사람에서의 단순한 운동학습과업 실험으로 문제해결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연필로 미로를 따라가는 과업을 수행하는 동안 사람의 뇌영상을 이용하여 여러 뇌 부위의 대사활성의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학습과정의 각 구성요소에 따르는 뇌의 각 부위의 활성을 알아보았다. 미로학습과업은 14명을 대상자로 하여 1분 동안에 여섯 번 단순한 미로를 따라 그리게 하였다. 여섯 번의 시행을 수행하는 동안에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이 변하였다. 학습과업의 여러 측면에 있어서의 개선 정도를 추적하여 특이한 학습곡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변화곡선과 뇌의 활성변화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봄으로써 뇌의 각 부위와 학습과업의 여러 구성요소와를 연관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시행에서는 머뭇거림이 잦았다. 이 초기학습에서는 오른쪽 운동전피질의 활성이 높았다. 머뭇거림의 횟수는 시행이 두 세 번 거듭되는 동안 급속하게 떨어졌다. 동시에 운동전피질의 활성은 떨어지고 운동보영역의 활성은 올라갔다. 오류 횟수는 처음 두 번의 시행에서는 높았다. 오류 횟수가 떨어짐에 따라 왼쪽 소뇌와 오른쪽 두정엽피질의 활성도 떨어졌다. 마지막 두세 번의 시행에서는 오류는 더 이상 감소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로를 따라 그리는 속도는 빨라졌다. 이때에는 1차 운동영역의 활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 같은 활성의 상승은 단순히 펜을 움직이는 속도와 관계가 있었다.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지기 전에도 활성은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의 다른 부위들은 학습과정의 여러 구성요소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어떤 것은 그럴 듯 하지만 오리무중인 것도 있었다. 학습과업 시행 초기에 운동피질의 활성이 높았던 것은 뇌의 이 부위가 운동의 계획수립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머뭇거림의 감소와 운동보영역의 활성화는 운동순서의 학습과 관련이 있다. 이는 원숭이의 실험에서도 증명된 것으로 원숭이가 운동의 순서를 학습하게 되면 운동보영역이 활성화된다. 소뇌는 행동의 조율에 관계된다. 오류 횟수가 감소하면 소뇌의 활성이 덜어지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두정엽피질의 활성이 오류 횟수 감소와 함께 떨어지는 현상은 아직 설명이 쉽지 않다. 공간인식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 같은 간단한 실험으로 학습에 관련되는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으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구가 거듭되면서 학습의 해부학이 상세하게 밝혀질 것이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이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술을 이용하면 넓게 분포하는 뇌기능의 공간적 기능지도가 작성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 초라는 시간적 해상력의 제한 때문에 작업기억 같은 단기기억의 저장처럼 일시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기능을 영상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1977년 윌리암손은 초전도양자간섭계 (SQUIDs) 라는 장치를 이용한 자기원영상술 또는 자기대뇌촬영술로 이같이 빠르게 변하는 뇌의 활성을 영상할 수 있었다. 이 SQUIDs 라는 장치는 뇌에서 뉴런의 신호발사에 의해 생성되는 미세한 자장을 검출할 수 있다.
윌리암손은 세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였다. 바둑판무늬의 체커판을 1/10 초 동안 힐끗 보여 주고 뇌의 활성을 측정하였다. 초기 1/2 초 이내에 후두엽의 1차 시각피질에서 활성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오른쪽 전두전피질과 왼쪽 두정엽-후두엽-측두엽 경계부의 피질로 옮겨 갔다. 다음 실험에서는 체커판을 여러 가지 시간 간격으로 두 번 보여 주었다. 시간간격이 매우 짧았을 때 (1/10 초) 는 두 번째 자극에 대해서만 후두엽에서 신호발사가 있었고 정보처리 하류부위에서는 신호발사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간격을 10, 20, 30초로 증가시키면 하류부위에서도 신호발사가 있었다. 그래서 기억의 소거과정은 축전기에서의 방전과 같은 성질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결과는 뇌에서의 정보처리과정을 경시적으로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것이나 뇌의 심부에서 일어나는 뉴런활성의 이해까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2) 뇌손상
뇌손상 환자를 통하여 사람의 학습과 기억에 관한 매우 중요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네 가지 유형의 기억상실 환자가 임상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이미 언급한 환자 H.M. 으로 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양측 해마와 편도핵의 대부분을 절제하여 건망증을 나타낸 경우이다. 수술 3년 이전의 기억은 정상인데 서술기억을 단기기억으로부터 장기기억으로 이송하는 것에 장애가 있었다. 그는 세상사를 기억할 수는 없었으나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가는 학습되었다.
두 번째 유형으로 환자 N.A. 는 또 하나의 유명한 건망증 예이다. 펜싱 검으로 코에서부터 찔려 뇌손상을 입은 환자이다. 환자 H.M. 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환자는 사고 전의 기억에는 장애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새로운 것의 학습에 지장이 있었다. 특히 학습자애는 학습의 재료가 언어적일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련의 단어나 문장은 곧 잊어 버렸으나 공간적 위치나 얼굴은 쉽게 기억하였다. 시상의 좌측내배측핵에 손상이 있었던 환자이다.
세 번째 유형의 콜사코프증후군은 장기간 음식을 먹지 않은 알코올 중독 환자에서 나타났다. 이 병은 주로 비타민B1 결핍으로 발생하며 진행성으로 초기에 발견되어 대량의 비타민B1 을 투여하면 치료될 수도 있다. 콜사코프증후군 환자는 새로운 사실의 학습에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발병 이전의 기억도 상실한다. H.M. 또는 N.A. 환자와 달리 콜사코프증후군 환자는 사고나 문제해결능력에 장애가 있다. 문제해결에 있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과제가 주어지면 그 발상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것을 고집한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기하학적 도형이 그려진 카드를 나열하고 어느 도형이 정답인가는 알려 주지 않고 환자에게 카드를 하나씩 버리게 한다. 삼각형의 도형이 그려진 카드를 집어 들면 "맞았습니다. 삼각형이 정답입니다." 라고 한다. 그리고 사고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환자가 그 이후 계속해서 삼각형의 카드를 집어 내는가를 수 회 관찰한다. 그리고 나서 정답을 동그라미로 바꾼다. 즉, 삼각형을 집어 들면 정답이 아니라고 일러준다. 그러면 정상인이나 H.M. 또는 N.A. 환자는 다른 카드를 집어 들게 되고 결국 동그라미 카드를 집어 들 게 된다. 그런데 콜사코프증후군 환자는 계속 삼각형 카드를 고집한다. 콜사코프증후군 환자의 뇌손상은 광범위하다. 대부분의 경우 시상의 손상이 있으며 그것에 더하여 소뇌와 대뇌피질 특히 전두엽의 신경세포 소실이 있다. 전두엽손상 환자에서는 건망증이 나타나지 않지만 문제해결에 있어 오반응을 고집한다는 임상보고가 있으므로 문제 해결의 오반응고집이 건망증과는 직접 관련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네 번째의 건망증은 전기충격요법에 따르는 건망증이다. 전기충격요법은 중증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용되는 것으로 단기기억에는 장애가 생기나 장기기억은 정상이다. 뇌의 어느 영역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경련발작에 대단히 예민한 측두엽과 해마에 대한 영향이 건망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의 임상적 예는 건망증에 관여하는 특정 뇌영역에 대한 지식은 측두엽과 해마가 기억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크게 공헌하였다.
건망증은 기억하는 일이 안 되는 것뿐 아니라 기억했던 것을 잊어 버리는 일도 있다. 건망증을 나타내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장애가 알려진 두 가지 뇌영역이 기억기능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한 가지 연구에서는 정상인, H.M. 환자 그리고 콜사코프증후군 환자에게 120장의 슬라이드를 차례로 보여 주었다. 정상인의 경우에는 1초마다 한 장씩 보여 주었다. 일주일 후에 보여 주었던 슬라이드와 몇 장의 새로운 슬라이드를 하루에 10분간 보여 주고 슬라이드를 재인식하는지를 검사하였다. 콜사코프증후군 환자가 10분 후에 망각하는 비율은 정상인과 비슷하였으나 H.M. 환자는 대단히 빠르게 망각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 콜사코프증후군 환자의 망각률은 정상인과 비슷했으나 전기충격요법을 받은 환자는 대단히 빠르게 망각하였다. 또 N.A. 환자의 망각률도 정상이었다.
새로운 슬라이드에 대한 망각률이 비교적 정상이었던 N.A. 환자나 콜사코프증후군 환자는 시상에 손상이 있는 것이다. 대단히 빠르게 망각했던 H.M. 환자나 전기충격요법을 받은 환자는 해마와 측두엽에 손상이 있는 것이다. 이들 두 가지 서로 다른 영역은 정상적인 기억기능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기본기능이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시상을 절제한 원숭이는 급속한 망각이 일어나는 일이 없었으나 해마나 편도핵을 절제한 원숭이는 급속한 망각을 나타내었다.
해마와 편도핵 그리고 이들과 관련이 있는 뇌영역들은 기억의 고정, 서술기억의 장기기억으로의 이송에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상은 어떤 서술적 정보의 초기 부호화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네 가지 건망증은 예 중에서 콜사코프증후군 환자만이 발병 이전의 사실에 대한 기억장애를 나타내었다. 그리고 사고능력의 장애도 나타내어 문제해결에 있어서 오답을 고집하였다. 이 환자에서만 대뇌피질의 손상이 있었던 것이다.
(3) 환경과 뇌의 가소성
사람의 신생아 뇌는 성인 뇌의 약 25% 이다. 뇌 신경세포의 크기나 신경결합 그리고 회로의 복잡성은 사람이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세계의 사물과 교섭하면서 발달한다. 신경발달의 양식화를 위한 청사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경험도 이 발달양식화에 영향을 미친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사육한 흰쥐는 고립하여 사육한 흰쥐보다 대뇌피질이 두껍고 무거웠다고 한다. 이것은 동물의 뇌가 환경에 의해 해부학적 구조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사육한 흰쥐의 피질에서는 신경세포의 수상돌기에 더 많은 가시가 있었고 시냅스도 고립하여 사육한 흰쥐보다 50% 나 컸고 시냅스 숫자도 많았다. 장기간 환경에서 고립시키는 실험을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때로는 기괴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1970년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지니라는 소녀가 그런 경우이다. 지니가 발견된 것은 13세 때였다. 지니는 그 방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와 본 일이 없었다. 지니는 발가벗은 채로 그의 아버지가 만든 작은 의자에 특수한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손발만을 움직일 수 있는 정도였다. 아이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정신이상인 아버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말을 걸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지니는 13년 동안 우유와 유아식만으로 자랐다. 지니가 발견되었을 당시 체중은 27Kg 이었다. 팔과 다리를 곧게 펼 수 없었다.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야기할 줄도 몰랐다. 모친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지니가 발견되자 자살하였다) 지니는 정상아였다고 한다. 그 후 6년간 지니는 심리학자의 훈련과 검사를 받았고 주위 세상과 여러 가지로 교섭하게 된다. 지니는 다소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어 2~3세 수준의 말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우유 줘' 또는 '두손' 등을 학습하였다. 도구를 사용한다거나 어떤 사태의 인과관계를 결부시키는 것도 학습하였다. 그리고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갈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과자가게에 갈 수 있었다. 이는 마음 속에 공간지도를 형성할 수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1977년 지니의 비언어적 지능지수는 74 였다. 이는 정상범위의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니의 언어능력은 더 이상 발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살 짜리 어린아이도 절대로 범하는 일이 없는 실수를 범하였다. 말을 듣거나 그림을 보고 있는 동안의 뇌파소견에 의하면 통상적으로는 좌뇌반구가 언어에 대하여 특수화되어 있는데 지니의 경우에는 언어적 및 비언어적 기능에 모두 우뇌반구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가 성장기를 지냈던 것보다 철저하게 자극이 박탈된 혹독한 환경은 없을 것이다. 지니의 대뇌피질이나 신경양상 그리고 시냅스의 발달 정도에 대하여는 아는 것이 없다. 그러나 사람이 인간답게 행동하려면 사람의 신경계는 사람답게 발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신경계의 가소성은 습관화 같은 단순한 학습에서부터 학습하고 기억하며 조작하고 창조하는 능력으로 전개된다. 사람의 기억과 뇌의 정보처리능력은 방대하여 그 복잡성에 접근하는 일은 컴퓨터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4) 독서장애와 언어구조
백 년 전 영국의사 몰간은 현재 독서장애라고 하는 학습장애를 처음 기술하였다. "14세 된 퍼시는 똑똑하고 총명한 아이였다. 놀이도 그 아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못지 않게 잘 배웠다. 그 아이의 가장 큰 장애는 읽기를 배우는 것이었다." 이 간략한 몰간의 글이 지난 한 세기동안 과학자들은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사람이 읽기의 학습에만 곤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 똑똑하고 의욕이 있는 사람이 교육을 받았다면 읽기를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독서장애의 예가 상당수 실제로 존재한다.
1920년대에는 시각계통의 결함이 독서장애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을 훈련시키는 처방이 독서장애 교정에 흔히 이용되었다. 그러나 독서장애는 시각계통의 결함에 의한 것이 아니고 언어계통에 관계되는 인지능력 결함에 의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특히 독서장애는 회화나 문장을 구성하는 음소라고 하는 독특한 언어단위의 처리에 결함이 있는 것이다. 최근에 지능이 정상적인 사람의 독서장애를 설명하는 언어학적 모델이 소개되었다. 음성처리과정에 근거하는 독서장애 모델이다.
음성학적 모델을 이해하려면 우선 언어가 뇌에서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알아야 한다. 언어계통에는 언어의 각각 다른 측면에 관련되는 모듈 또는 구성성분의 서열이 있다. 상위서열의 구성성분은 어의, 문장 구성법 및 문장 연결법에 관련된다. 하위서열은 언어를 구성하는 특이한 음소를 처리하는 음성학적 모듈이다.
음소라는 것은 언어계통의 기본구성성분이다. 영어의 모든 단어는 44개 음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단어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그것을 기억에서 인출할 수 있으려면 우선 뇌의 음성학적 모듈에 의해 단어가 각각의 음소로 나누어져야 한다. 회화언어에 있어서는 의식 전 수준에서 이 과정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유전적으로 결정된 음성학적 모듈이 어휘의 음소들을 자동적으로 조립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다시 음소구성성분으로 해체된다고 한다. 즉, 사람의 회화에서 인두, 비천장, 혀 그리고 입술 같은 언어기구가 자동적으로 음소를 압축하여 어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독서는 숙달되기 힘든 회화언어의 일종이다. 독서나 회화는 모두가 음성학적 처리과정에 관련되는 것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회화는 자연적인 것이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다. 독서는 하나의 발명이고 의식수준에서 학습해야 하는 것이다. 독서에서 주어진 과업은 시각적 문자감각을 언어감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우선 발음된 어휘의 내재적인 음성학적 구조를 의식적으로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음성학적 구조에 따라 철자법을 인식해야 한다. 이 과정이 어린아이들이 처음 읽기를 배울 때 일어나는 과정이다.
독서장애가 있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음성학적 모듈 수준에서의 언어 계통에 결함이 있다. 그래서 음성학적 성분들을 문자로 구성하는 능력에 장애가 생긴다. 이를 음성학적 결함 가설이라 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음성학적 처리과정에 있어서의 한정된 결함이 어휘 식별을 방해한다. 하위 수준의 언어기능인 이 기본적 결함이 고위 수준의 언어처리를 차단하여 본문의 의미파악을 방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해력 또는 의미파악에 있어서의 언어처리과정에는 장애가 없더라도 우선 어휘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하므로 독서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다. 이 음성학적 결함은 독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회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관한 증거는 20년 전부터 수집되기 시작하였다. 최초의 실험적 연구의 하나는 이사벨 리버만이 수행한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4 내지 6세가 되면 발음된 어휘의 음성학적 구조를 인식하게 된다. 이 실험은 어린아이들에게 일련의 어휘들을 들려 주고 몇 가지 소리들을 들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네 살 짜리 어린아이들은 음소를 식별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5세가 되면 17% 의 어린아이들이 음소를 인식하였고 6세가 되면 70% 의 어린아이들이 인식하였다. 6세 어린이의 대부분은 취학하여 읽기 과제가 주어졌고 읽기의 개선 정도는 음성학적 인식의 발달에 비례하였다. 샬리 쉐이위츠는 1983년에 445명이 초등학교 학생을 무작위적으로 선발하여 1996년 이들이 19세가 될 때까지 계속하여 관찰하였다. 이 연구에서 취학아동의 약 20% 에서 독서장애가 발견되었다. 이 결과는 앞서의 리버만의 연구결과와 매우 유사한 수치로서 음성학적 인식과 독서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1980년대의 여러 학자들도 음성학적 인식을 개선시키는 훈련으로 독서능력이 현저하게 향상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어휘를 소리에 따라 나누게 하는 음성학적 처리과정을 훈련한 그룹과 어휘의 음성구조를 강조하지 않고 어휘를 뜻에 따라 나누는 읽기 훈련만 받은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음성학적 인식훈련을 받은 그룹의 읽기 능력 향상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이 같은 음성학적 처리과정이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일은 실험동물로는 불가능하므로 뇌손상환자에서 부분적인 지식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기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술이 개발되면서 뇌의 회로 연구에 혁신이 있게 되었다. 이 방법은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동안에 뇌의 대사활성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어서 뇌의 기능지도 연구에 적합한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문자의 식별은 후두엽의 선조외피질에서 일어나고 음성학적 처리는 브로카 영역이라고 알려진 하전두회가 담당하며 의미파악은 1차적으로는 상측두회 그리고 중측두회와 상근연회에서 처리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림 7). 또 음성학적 처리과정이 일어나는 부위에 있어 남녀의 차이가 있음도 관찰되었다. 머지않아 독서장애를 신경학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교육에 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p style="LINE-HEIGHT: 150%; TEXT-INDENT: -63px; MARGIN-LEFT: 63px">그림 7 독서에 관련되는 뇌의 기능적 구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에 의한 기능 지도이다. 문자인식에서 후두엽의 선조외피질이 활성을 나타내고 음성학적 처리에는 하전두회 (브로카 영역) 가 활성을 나타내며 의미파악에는 주로 상측두회가 활성을 나타내고 중측두회와 연상회의 일부가 활성을 나타낸다.</p>
말은 사람과 동물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언어는 문화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르다. 따라서 언어는 선천적 결정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언어는 감각-운동 기구로 이루어진다. 언어에서는 우리가 듣거나 발성할 수 없는 진동수의 소리는 이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단히 다양한 언어 사이에도 공통된 문법의 원칙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의 구조는 뇌의 구조에 의해 강제되는 개념적 구속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사람의 언어발달에 있어서의 환경인자와 생물학적 구속 사이의 상호작용을 실험적으로 밝히기는 쉽지 않다. 몇 가지 의사소통모델은 동물실험으로 가능하다. 비인간 영장류는 신호언어를 이용한 의사소통법을 가르칠 수 있다. 새의 지저귐도 사람의 언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나 의사소통의 기능이 있다. 새의 지저귐에서 선천적 인자와 환경 사이의 상호 작용을 잘 나타내는 예가 있다. 병아리는 다른 병아리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격리하여 키워도 정상적인 소리를 낸다. 그러나 되새나 앵무새는 격리 사육하면 정상적인 소리를 내지 못한다. 즉, 이 새들은 다른 새소리를 들어야 완전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새들에게는 자신이 내는 소리와 비교할 내장된 형판이 있다. 귀머거리 새의 소리는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아무 소리나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행동은 유전적 및 환경인자의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지고 학습된 행동과 타고난 행동의 분명한 구별은 힘들다는 것이다.
[출처] 학습과 기억의 구조|작성자 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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