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 약재 산나물

감, 곶감, 감식초

송파나루 2009. 10. 23. 09:45

풍류의 과일’이라 불리는 감



감은 일곱 가지 자랑거리를 지니고 있다. ‘감나무에 새가 집을 짓지 아니하고 벌레가 모이지 않으며, 더운 날에는 그늘져 좋고 수명이 길다. 또 가을이 되면 단풍이 아름답고 잎이 떨어지면 거름이 되니, 그 열매의 맛이 달디달다’는 게 그것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 선조들은 집집마다 한두 그루씩 감나무를 심었다. 특히 키가 큰 감나무는 전통 가옥과 잘 조화를 이룬다.

때문에 초가는 물론 기와를 얹은 집 주위에 감나무가 서 있으면 어디서나 아름다운 풍광이 연출된다.

더구나 주렁주렁 달린 감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그 운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으니, 예부터 감을 ‘풍류의 과일’이라 했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요즘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단감이 흔하지만, 정작 맛을 아는 사람들은 단감보다 토종 감을 더 좋아한다. 생감 자체는 떫은맛이 무척 강하지만 잘 익은 다홍빛 홍시나 껍질을 깎아 속살을 말린 곶감은 그 맛을 단감과 견줄 수 없을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중국·일본과 함께 우리 나라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는 감은 재배 역사가 무척 깊은 과일이다.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감은 적어도 삼국시대 또는 그 이전부터 농가에서 재배된 듯하다.

지난 1974년 경주 안압지 유적을 발굴하던 문화재관리국은 이곳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 흙 속에 남아 있던 감꽃가루를 발견했다.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연못 조성 당시 감나무를 관상수로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감은 유전적 특성상 자연교배에 의해 쉽게 분화되는 까닭에 많은 변이종이 분포한다. 우리 나라에는 200여종의 토종 감이 재배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생산지나 모양·색깔 등을 고려해 독특한 이름이 붙여졌다.


이름만으로 생산지·모양 알 수 있어

이를테면 ‘영동먹감’의 경우 충북 영동 지방에서 널리 재배되던 감으로서 껍질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모양이 납작한 것은 ‘반시’라 하고, 머리에 짐을 일 때 받치는 똬리처럼 생긴 것은 ‘또아리’라 지칭한다.

이밖에 즙이 유난히 많이 나는 물감은 ‘수시’, 모양이 둥글둥글한 감은 ‘둥시’로 불리며 색이 몹시 붉은 것은 ‘비단시’라는 고운 이름이 붙는다. 다른 감에 비해 모양이 길쭉한 것은 ‘장둥이’이며 맛이 두드러지게 차진 것은 ‘찰감’이라 불리니, 토종 감은 그 이름만으로도 주산지와 간단한 특성을 알 수 있다.

토종 감 가운데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것은 ‘예천고종시’를 비롯해 ‘의성사곡시’ ‘산청단성시’ ‘상주둥시’ ‘고령수시’ ‘함안물감’ ‘월하시’등이다. 이런 종류의 감은 특히 곶감용으로 인기가 높다.

이중 황홍색 ‘고종시’는 10월 하순이 돼서야 익기 시작하는 만생종으로, 경북 예천과 경남 서부 지방이 주산지이며 곶감이나 홍시를 만들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둥글넓적하고 골이 깊은 의성의 ‘사곡시’는 잘 익혀 홍시를 만들면 단맛이 유별나고, 경남 산청이 주산지인 ‘단성시’는 크기는 작지만 점질성粘質性 과육의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예부터 쌀과 누에·곶감이 유명해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리는 경북 상주에서는 유명한 ‘상주둥시’가 많이 생산된다. 이는 과실이 크고 수량이 많을 뿐 아니라 과육이 무척 단단한 까닭에 곶감을 만들기에 제격이다.


과실 크기는 작지만 수량이 두드러지게 많은 것도 있다. 다 익어도 약간 푸른빛을 띠는 ‘명주돌감’과 사각으로 움푹 골이 패인 ‘용인반시’가 그것이다. 배꼽부분이 먼저 익는 ‘구례장둥이’와 오래도록 잎이 싱싱한 ‘안동수시’ 역시 가지마다 빽빽하게 열매를 맺는다.


비만·노화예방에 효과 뛰어난 감식초

‘예산월하시’와 ‘장성비단시’, ‘고성청감’ 등은 모양이 예쁘고 수량도 많다. 이 가운데 선홍색 ‘장성비단시’는 토종 감 가운데 빛깔이 가장 고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지경이다. 또 ‘영동먹감’은 나무의 키가 매우 낮고 과실의 길이가 3cm에 불과할 정도로 앙증맞아 정원수로 권장할만하다.

최근에는 토종 감이 다양한 쓰임새로 인해 부각되고 있다. 과육이 달아 날 것으로 즐겨 먹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용도가 없는 단감과 달리 맛이 떫은 토종 감으로는 곶감과 감식초·감장아찌·수정과 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겨 말린 곶감은 쫀득쫀득하면서도 강한 단맛을 지녀 ‘우는 아이의 울음도 그치게 했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이다. 때문에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 어디서나 곶을 만들기 위해 감을 깎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감식초는 잘 익은 감을 으깨어 설탕을 첨가, 항아리에 담고 발효시켜 만든다. 흔히 감식초는 요리에 가미되는데, 최근에는 피로 회복과 비만·노화 예방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건강식품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 어린 감나무 잎 1백g에는 약 5백mg의 비타민 C가 함유돼 5월에 수확한 어린잎으로 만든 감잎차 역시 인기를 얻고 있다.

근래에는 냉동시설을 이용, 가을에 수확한 감을 저장해 뒀다가 이듬해 여름에 맛볼 수 있도록 한 ‘아이스홍시’도 등장,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풋감의 즙을 이용해 만든 ‘갈옷’이 고급의류로 변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이 즐겨 입던 전통의류인 갈옷은 풋감의 즙으로 옷감을 황갈색으로 물들여 만드는데, 미적·실용적 가치가 뛰어나 요즘에는 뉴욕과 파리 등지로 수출까지 된다고 하니, 한마디로 토종 감의 변신에 놀라울 따름이다.

출처 : 건강 365(글│김용덕 (토종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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